♬ 내츄럴리뮤직. 2021
1. 흥
2. 둥
3. 당
4. 동
5. 징
6. 땅
7. 지
8. 찡Ⅰ
9. 찡Ⅱ
10. 칭
11. 쫑
12. 쨍
13. 튕김
14. 연튕김
15. 슬기둥
16. 뜰
17. 전성
18. 뜰동
19. 요성
♬ 음반소개
우리는 늘 완성된 곡을 연주하거나 듣습니다. 우리의 감상이나 평가 대상은 줄곧 전체적인 음악이지, 한 음이나 한 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 한 음, 한 줄은 더없이 음악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음들의 어울림은 긴 여정이 되고 과정이 되어 비로소 음악이 됩니다. 이에 저는 가야금의 한 음씩 톺아보려고 합니다. ‘톺아보다’의 사전적 의미는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는 뜻입니다. 톺아보기를 통해 구음으로 줄의 이름을 불러주고 고유의 음색들을 모든 탄법으로 세상에 놓으려 합니다.
오른손으로는 가야금 하청 첫 줄부터 뜯고 호흡하며 상청 끝줄까지, 왼손으로는 정과 성을 다해 나의 모든 감정을 싣고 농현하며 연주합니다. 열두 줄은 12개월을 상징하며, 공명통 또한 해와 달의 모양으로 지구 천체를 품은 가야금, 이 가야금에 세워져 있는 ‘안족’의 길이는 세 치라고 합니다. 세 치는 ‘천(天)지(地)인(人)’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기러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양대로 악기에 비상의 꿈까지 실현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의미 외에도 악기의 한 줄이 어떤 소리를 갖고 있는지, 한 음이 낼 수 있는 잠재력은 어디까지인지, 톺아보기는 비단 가야금을 샅샅이 살피는 것에서 나아가 저에게도 가야금에 더욱 깊이 다가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줄과 줄은 결국 한 줄로 이어져있다는 작은 확신을 하게 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대로 가야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이 보아야 더 예쁘다는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그 여느 음악보다도 열두 줄 모두에 가까이 그리고 자세히 어루만진 톺아보기를 여러분께 선물합니다. 한 줄로 연주하는 열두 줄의 소리입니다.
가야금에 관심 있는 모두가 소리를 톺아보며 나무와 명주의 숨결을 함께 오롯이 느껴보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