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대목 / 소리 정권진, 북 이정업
【진양】 가군의 손길 잡고 유언허고 죽드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 봉양타가
불행망세 당하오면 초종장사 마친 후으 뒤를 좇아 죽자더니
천명이 이 뿐인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가 되니, 눈을 감고 어이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 헌 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 뉘라 허리.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탁할 곳 바이 없어 지팽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어 넘어져서 신세자탄 우난 모양 내 눈으로 본 듯허고,
기한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 신공 들여 사십 후으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 말이 웬 말이여.
이 일 저 일을 생각허면 멀고 먼 황천길을 눈물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갈거나.
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어미 절친허게 지냈으니
이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하면 괄시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걷거들랑 앞을 세고 길을 물어 내 무덤을 찾어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라쳐 모녀상면을 허게 허오.
헐 말은 무궁하나 숨이 가뻐서 못 하겼소.
【중머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비단 금자 박어
진옥판 홍사수실 진주 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에 넣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라에서 상사허신 크나큰 은돈 한 푼
수복강녕 태평안락 양편에 사겼기로
고운 홍전 교불줌치 끈을 달아 넣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찌던 옥지환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워 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 자식 끌어다가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허고 귀신도 야속허구나.
니가 진즉 삼기거나 내가 조금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가이 없은 궁천지통 널로 하야 품게 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에 무삼 죄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시르르 놓고 한숨 겨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 되어 불고,
한숨 겨워 우는 눈물 소소세우 되었어라.
폭각질 두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