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화상 / 소리 김옥엽 (1932년 9월 콜럼비아 발매)
토끼 화상을 그리운다. 토끼 화상을 그리운다.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렀소.
이적선 봉황대 봉 그리던 환장이,
남국천자 능허대에 일월 그리던 환장이,
연소왕에 황금대 미인 그리던 환장이,
가진 화공이 다 모여서 토끼 화상을 그리울 제,
동정유리 청홍연, 금수추파 거북 연적, 오징어 불러 먹 갈려,
양두 화필을 덤북 풀어 백릉설한 간지 상에 이리 저리로 그리울 제,
천하명산 승지 간에 경개 보던 눈 그리고,
봉래 방장 운무 중에 내 잘 맡든 코 그리고,
앵무 공작이 지저귈 제 소리 듣든 귀 그리고,
난초 지초 왼갖 향초 꽃 따먹든 입 그리고,
만경창파 지수 중에 둥실 떴다 배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 중에 펄펄 뛰던 발 그리고,
관등화류 임고대 사면부사 장안사
아가리 벙실 잉어 등에 경처 걸린 등 그리고,
대한 엄동설한 중에 어린 새끼를 품에 품고 방풍하던 털 그리니,
좌편은 청산이요, 우편은 녹수로다.
녹수청산 깊은 곳에 앙그 주춤 뛰여들 제,
두 귀는 쫑긋하고, 두 눈은 도리도리,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어, 허리 잘룩, 꽁지 몽뚝,
아미산 반륜톤들 이에서 더할소냐?
아나 엿다, 별주부야. 네가 가지고 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