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울 창, 김세준 북 수궁가 중에서 토끼 배가르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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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아주 너른 마당에다 동댕이를 쳐 논 것이,
이늠이 그양 문지만 확 집어 썼던가 보더라.
이늠이 일어나서 좌우를 살펴보니,
강한지장과 천택지군이 무수한 어병제졸이 좌우로 옹위를 했는디,
조양이 촉번에 진퇴유곡이요,
용궁지하에 필사당퇴였다.
눈만 깜작깜작 뜨고 이늠이 앉었는디,
용왕이 돋뵈기 씨고, 어, 딱 보더이,
“과연 약되게 생겼다. 네 퇴끼 듣거라. 내 우연히 병이 들어서 사경으 이르려 명의다려 물여본 즉 백약이 다 씰 데가 없고, 해필 니 간이 으뜸이라 허기로 어진 신하를 보내어 너를 잡아 왔시니, 부디 죽노라고 한을 말어라, 이? 네 어서 퇴끼 배를 갈라 가지고 간을 더운 짐에 소금 찍어서 한 두어 서너 점 좀 올려와 봐라.”
하이 토끼란 놈 생각해 보이 죽을 디 들어왔던 양, 죽을 디를 들어왔어.
“아뿔싸, 나 이놈한테 돌려서 죽을 디 들어왔구나. 이거 어떻게 했시면 내가 살꼬?”
한 꾀를 얼른 생각허고, 배를 용왕 앞에다 왈칵 내밀며,
“자, 내 배 따 보시오.”
아, 용왱이 생각해, 저늠이 배를 아니 따일라고 잔말이 무수이 있실 판인디, 배를 저늠이 왈칵 내 미니 필연곡절할 일이란 말이여.
“여봐라, 이놈. 니 이왕 어쩌커나 너는 여기서 죽을 뇜이니, 헐 말 있글랑은 말이나 허고 죽어라.”
“아니올시다. 말을 해야 이 자리에서 곧이도 아니 들으실 터이요, 그저 배를 따 보면 내 속을 알 것인게 그냥 콱 질러서 따 베리시오.”
“아, 이놈아. 이왕 죽을 너니, 니가 헐 말 있시면 말을 해야 될 것 아니냐?”
토끼란 놈 기가 맥혀,
【중머리】 “말을 허라니 하오리다. 말을 허라니 하오리다. 태산이 붕퇴허여 오성이 음음헌디, 시일갈상 노래 소리 억조창생 원망 중에 탐학한 상주 임군 셍현에 뱃속으가 칠구무가 있다기로 비간에 배를 갈라 무고이 죽었신들 일곱 궁그가 없었으니, 소퇴도 배를 갈라 간이 들었시면 좋으려니와, 만일에 간이 없고 보며는 불쌍한 퇴명만 끊사옵고, 눌다려 달라고 허며, 어찌 다시 구하리까? 당장으 배를 따 보옵소서.”
용왕이 회를 내어,
“이놈, 네 말이 당치 않은 말이다. 의서으 이르기를, 비수병즉 구불능식허고, 신수병즉 이불능청, 담수병즉 혈불능언허고, 간수병즉 목불능시라. 간이 없고야 눈을 들어 만물을 보느냐?”
“예, 소퇴가 아로리다. 소퇴에 간인즉 월륜정기로 삼겼삽더니,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듸리네다. 세상으 병객덜이 소퇴곧 얼른해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야 파촛닢에다 꼭꼭 싸서 칡 노로 칭칭 동여 예주석산 계수나무 늘어진 상상 가지 우으 끝끄터리여다 다라매 두고, 도화유수 옥겨변으로 탁족허로 나려왔다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국흥미가 좋다기로 완경차로 왔나니다.”
용왕이 분을 내여,
“이놈, 모도 그 말이 당치않은 말이다. 사램이나 김생이나 일신지 내장은 다를 바가 없난긴디, 어째 이놈 간을 내고 듸리고 임의로 출입허는 벱이 어디가 있단 말이냐 이놈, 엉?”
토끼가 당돌히 여짜오대,
“대왱이 도지일이요, 미지기이로소이다. 복희씨는 어이허여 사신인수가 되얐시며, 신농씨 어쩐 일로 인신우수가 되얐시며, 대왕은 어이하야 꼬리가 저리 기드란 하옵고, 소퇴난 무삼 일로 꼬리가 이리 묘똑 하옵고, 대왕으 몸뚱이는 비눌이 번쩍번쩍 하옵고, 소퇴에 몸뚱이는 털이 요리 송살송살, 가마구로 일러도 오전 까마구 씰개 있고, 오후 까마귀 씰개 없사오니, 기생만물 비금주수가 한가지라고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허나니까? 당장 배를 따 보옵소서.”
용왕이 그제는 퇴끼한테 넘어가는디,
“그러하면 간 출입하는 표가 있느냐?”
“예! 있지요.”
“어디 보자.”
“자, 보시오.”
“빨그란 궁그가 서이 느러 있으니, 저 궁기가 모도다 어쩐 내력으로 뚫어졌느냐?”
“예, 소퇴가 아로리다. 한 궁그로는 대변을 보고, 또 한 궁그로는 소변을 보고, 남은 궁그로는 간을 내고 들이고 임의로 출입허나니다.”
“그러하면 간을 어디로 넣고 어디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그로 내오니, 만물시생목 동방삼팔목 남방이칠화 서방사구금 북방일육수 중앙오십토 천지음양에 오색광채 아침 안개 저녁 이슬에 화합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그로 내오기으 만병회춘에 명약이라고 으뜸 약이 되나니다, 으뜸 약이 되나니다.”
용왕이 이 말을 옳게 듣고,
“그러하면 세상에서 병객덜이 니 간을 묵고 효혐본 징거가 있느냐?”
“예, 징거가 많소. 아로리다. 징거를 낱낱이 아로리다. 징거를 낱낱이 아로리다. 소퇴 부형 소년시절으 풍경차로 다니옵다 벽파수에 풍덩 빠져 거의 죽에 되얐는디, 한무제신 동방색이가 求仙허로 게 왔다가 텀벙 건져 살려주거날, 그 은혜를 갚으량으로 간을 내야 팥낱만침 띠줬더니 동방색이 탄식허고 그 간을 먹은 후으 삼천갑자를 살아 있고, 그 후에 위수변으로 돌아들다가 간을 내여 위수 여울에다 씻쳤더니 궁팔십 여상이가 낶기질 게 왔다가 기갈에 표자 끌러 그 물 조끔 떠 마시고 달팔십을 더 사시고, 안기생 적송자가 우리 간을 나서 먹고 장생불사 허였단 말 못 들었소?”
자래를 돌아다 보며,
“쯔쯔쯔쯧, 예이 미련헌 놈으 자식 같으니, 니 콧구녁이 꼭 댐배대 물초리 뽄으로 생겼거든 이 녀석아. 이 자식, 그래서 미련혀 이 자식이. 세상에서 날다려 요런 이야걸 허였시면, 내 간 말고라도 우리 사돈네 간이 일만칠천여 보가 계수나무에 거렸거날, 한 부만 듸려 왔드래도 너도 충신 될 것이고, 나도 공로가 있을 걸.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이 쓸 데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