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지는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2017~2018 작품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참 행복한 작품 이었다. 고전이라는 단어에 담겨있는 판소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훌륭한 작품 이었다. 도창 안숙선의 이끔따라 심봉사 유태평양과 어린심청 민은경, 황후심청 이소연을 중심에 두고 20여명이 넘는 창극단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독창과 때창, 입체창 형식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움 이었다. 몸짓으로 표현해 내는 연기(演技)마저 이들이 소리꾼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뛰어남이 넘쳤다.
단순하면서도 강한 이미지의 무대 장치 구성과 활용, 상황에 밀착된 조명, 극과 하나된 한 명 고수의 북 반주에 아쟁, 거문고, 가야금을 더한 삼현육각 음악 등은, 판소리가 무대극으로 보여주는 묘미(妙味)와 즐거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였고 종합예술로서 가치를 인정하게 하는 구성원이 되어 최상의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농악놀이와 판소리를 하나로 엮어 마당놀이라는 단어를 탄생 시키고 대중을 파고들어 생활국악으로 정착시킨 손진책의 연출 솜씨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현장 이었다.
얼씨구, 잘한다, 좋다, 관객들의 추임새는 이어졌고 소리 따라 박수가 춤을 추었고, 놓쳐버린 한 순간의 아쉬움을 없애기 위한 집중력이 때로는 적막을 만들었다. 휴식시간 15분을 포함하여 2시간 30여분 동안의 긴 공연이었지만 시간의 흐름은 망각하였고 아직도 막이 내려온 후 기립하여 뜨겁게 친 박수의 희열로 가득 찬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 여운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