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의 사전적 의미는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吉凶禍福) 등의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이것은 이 땅의 시원적(始原的) 종교인 무교(巫敎)를 조선의 주자학(朱子學)과 해방 이후 현대 기성종교가 무교를 부정(否定)하여 무속(巫俗)이라 하고, 천주교와 기독교의 신부 목사와 같은 역할 자(者) 무교의 사제(司祭)를 무당이라 하며, 미사, 예배라 부르는 종교의식을 굿이라 폄하 하는 것이다.
황해도 굿 중 산 사람들의 화복을 비는 경사(慶事)굿으로 이때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인다하여 붙여진 ‘철물이굿’과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하여 일정기간 안에 행하는 굿, ‘진오귀굿’이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kous) 무대에서 2018년 6월 23일(토) 24일(일) 공연이 아닌 진짜 굿으로 각각 열렸다.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여 밤 11시경까지 9시간 가까이 이어진 철물이굿과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여 밤 9시경까지 7시간 동안 이어진 진오귀굿, 이 두 굿의 김구월, 박정욱, 김기찬, 나대형, 박수(남자무당)와 지광선, 박명애, 이용녀, 정순덕, 무녀는 가업(家業)으로 내려오는 세습무당이 아닌 무당 어미에게 신(神) 내림을 받은 무당이었다.
철무리굿은 ⓵신청울림 ⓶일월맞이 ⓷상산부군맞이 ⓸초부정,초감흠굿 ⓹영정물림 ⓺복잔내림 ⓻칠성맞이 ⓼세인굿(성인굿) ⓽제석굿 ⓾소놀음굿 ⑪성주굿 ⑫소대감굿 ⑬도산말명굿 ⑭사냥굿 ⑮별상거리 ⑯성수거리 ⑰먼산장군굿 ⑱타살군웃굿 ⑲대감거리 ⑳비수창검거리(작두거리) ㉑조상굿 ㉒서낭굿 ㉓걸립대감거리 ㉔마당굿(사신굿) 24개 거리이었고, 진오귀굿은 ①주당물림,신청울림 ②안등신좌정거리 ③영실감흥거리 ④수왕제석굿 ⑤군응굿 ⑥사제송방 ⑦망자넋대내림맑은혼모심 ⑨수왕가름 ⑩뒷전 10거리이었다.
굿 등에서 장(場)을 세는 단위인 거리로 24거리인 철무리굿은 우리 생활 주변의 온갖 신들을 모시고 이 신들로부터 축복을 받아야 하기에 거리가 많다. 박수의 복식이나 신청(神廳)꾸미기, 상차림 등은 미려(美麗) 하지만 악가무(樂歌舞)는 남도 굿에 비해 단순하고 예술적 가치는 부족했다.
철무리굿은 생활 굿으로 현재의 이야기이기에 해학과 재담이 넘쳐났고 연극적인 요소가 발달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제례의식의 동참이 아니라 재미로 가득 찬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나 굿판 모든 사람의 마음을 꽉 채워주니 복이 저절로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한 시퍼런 두 날 작두 위에서 박수가 춤을 추며 복을 빌고 삼지창에 커다란 생 돼지를 꽂아 세우는 등, 신의 영험을 보여주는 모습은 무언가 얻기를 바라는 동참자들을 소망 기원 믿음 속으로 빨아드렸다.
영혼 굿인 진오귀굿은 굿을 하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굿을 하는 날까지 길게는 수주일 동안 영혼을 불러 자신의 몸 안에 몸신으로 함께 하여야 하는 무녀의 고통과 아픔이 굿판 내내 눈에 보였고 굿이 끝나자 편안해하는 무녀의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6.25 전쟁에서 돌아가신 호국영령들의 굿인 이날 진진오귀굿(오래된 망자 굿)은 재담과 사설이 망자가 이승을 떠날 때 망자들의 일상 이야기였으며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었기에 비수가 꽂히는 아픔을 느꼈고 가슴이 무너지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언제 또다시 이 굿을 다시 보게 될지 알 수 없고 이 굿을 다음에도 이만큼이라도 접 할 수 있을까? 노파심이 앞서며 이틀에 걸친 굿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굿의 효험이며 이것이 굿이다 증명해 준 것 같다.
점점 사라져가는 굿을 지켜내는 박수와 무녀, 이들의 대를 잇고자 노력하는 신아들 딸들이 대견했고 이들의 맥을 지키는 힘이 되어 최선을 다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의 존재가 커 보인다. 굿을 학문으로 정리하고 기록으로 보존하며 세상에 보여주기 위하여 수고하는 모든 종사자들에게 숭고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느님과 예수를 믿고 따르며 부처님께 비는 우리들이 이 땅의 시원적(始原的) 종교인 무교(巫敎)를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굿의 효험이나 이 땅의 모든 신(神)들의 존재를 따지지 말고 “복은 달라고 해야 주고 신이 전해주는 좋은 것은 받아드리고 나쁜 것은 잊어버리면 된다.”는 철무리굿 ‘박정옥 박수’의 말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굿을 받아드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굿을 접해보고 우리 전통 종교의식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전해진다면 좋겠다.
굿 시작 전에 떡과 생수를 모든 굿 동참자들에게 전해주고 저녁 도시락도 준비하여준 한국문화의집(kous) 종사자님들의 세심함에 따뜻한 고마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