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쯤 걸어 산 중턱 자판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디귿자 모양의 긴 의자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내가 자주 앉는 자리에 색동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자판기에서 퓨즈티를 뽑고, 구석에 앉았다.
일행인 듯한 남자 셋과 여자 셋은 등산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산길이 끝나는 곳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직접 가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목구멍을 뚫고 나오려는 무언가를 꾹꾹 누르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은박지에 담긴 떡을 내밀었다.
‘다 나눠 먹었으니.. 떡 좀 드세요.’
이 곳에 오른 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먹었다.
정말 맛있는 노란 떡고물의 조그만 떡 두 조각이었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아주머니 세 분은 일행이고, 할아버지 두 분과 아저씨 한 분은 따로 산을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아주머니가 나눈 떡 덕분에 뒤늦게 합류한 내게 일행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눔의 에너지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시원한 초여름 바람이 온 산에 훈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