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자탄가(추월만정) 정정렬(창) 한성준(북)
【아니리】심황후 부귀영화 극진허나, 심중의 숨은 근심 다만 부친뿐이로구나.
하로난 심황후 초당의 수심을 겨워 누었더니,
【진양】 추월은 만정헌디 산호주렴의 비치었고,
실솔성은 슬피 울어 심회를 돋우는 듯,
청천의 뜬 기려기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고 우니,
심황후 반기 나서,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의 편지 전턴 기려기냐?
도화동 우리 부친 이별헌 지가 삼년이 지내도록 소식을 듣지 못 허였으니,
내가 편지 써 주거든 니가 부대 전하여 다고.”
방으로 들어와 지필묵을 내여 놓고, 붓을 들어 편지 쓸 제,
눈물 먼저 떨어져서 글짜는 수먹이 되고, 언어난 도착이로구나.
편지 써 손에 들고 나와 보니, 기려기는 간 곳이 없고,
창망헌 하날 우으 별과 달만 도렷이 밝었구나.
심황후 허망허여서 속으로 복통을 허는구나.
적벽가 중 군사점고(옹돌쇠 나오는데) 정정렬(창), 한성준(북)
김창룡: 【아니리】 “군량지기 옹돌쇠!”
정정렬: “예.”
【중머리】 옹돌쇠란 놈이 들어 온다.
조승상게 술잔이나 도르랴고 거짓말 국량을 (내)서 올 제,
전대에 쌀 한 홉 진 거 회회 돌리며 들어올 제,
조승상이 이른 말쌈,
“너 이놈 군사 멕일 양식은 다 어따 두었느냐?”
“예, 요 넘으다 두었습니다.”
조승상이 반기 여겨,
“그 어떻게 영거해였느냐?”
“들어 보시오. 무지헌 백만대병 일시 함몰 다 죽는디, 양식인들 왼전허것소?
아무리 생각허여도 헐 길이 없어,
사백 오십 석 실은 배 상선 닻줄 끌러내여,
배 허리으 질빵 걸어 짊어지고 육지로 도망을 헐 제,
오림을 당도허니 재룡이가 보고 달어납디다.”
조승상이 반하야,
“얘, 너 참 기운 세구나.”
“힘골이나 쓰지요.”
“그래 어쨌느냐?”
“이릉을 당도허니 쟁비도 보고 달아나옵디다.”
“아 그놈은 무었이냐. 그럴테지. 그럴 줄을 알었시면
너를 앞을 세웠던들 이런 패를 아니 볼 뻔 하얐구나.”
“승상님이 말씀을 허니 말이지,
소인을 선봉주었으면 그까짓 것들이 다 무었이오?”
“게, 어쨌느냐?”
“요 넘어를 당도허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퍼,
숨 가뻐 말 못 허것소. 이럴 적으 누가 술이나 서너 잔 주었시면.”
조승상이 딱 반해야,
“나 먹든 술 있다. 이놈 먹어라.”
“주실 테면 한꺼번 서너 잔 주시요.”
“그래라.”
부서주니, 먹고,
“어쨌느냐?”
“요 넘어를 당도허니, 치어다 보니 만학천봉,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라.
칭암절벽헌디 쉬랴허고 둘아서다 어깨 와싹, 닻줄 뚝 끊어져서
깜짝 놀래 깨달으니, 저 건너 따땃헌 양지 끝에 누었더니,
잠이 솔곳이 들었던지, 그 꿈을 그렇게 꿰었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