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를 잇는 예술 혼 두째날 < 흙과 바람의 소리 농악 >
농악(農樂)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모내기 하던 봄의 들녘이나 벼 베기 하던 가을, 또한 설과 같은 명절에 꽹과리, 징, 북, 장구의 사물 타악기를 중심으로 태평소, 나발 등의 관악기가 곁들여져 춤과 노래를 선보던 마당놀이다.
현재 농악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6개와 지방무형문화재 24개 등 총 30개의 무형문화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 받았다.
< 흙과 바람의 소리 농악>은 호남우도농악인 정읍농악 유지화 여성명인과 막내 제자 이강희/ 영남농악인 삼천포농악 김선옥 명인과 애제자 우진수/ 농악 속 한 기능, 소고춤 명인 최종실과 수제자 강성현이 농악 놀이 한가지씩을 각각 보여준 황홀한 시간이었고, 가락과 리듬, 춤과 놀이가 어우러진 감탄과 감동의 최고무대 이었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유지아 명인의 부포놀이, 상모 위 하얀 부포가 명인의 발걸음 하나에 피었다 지고, 꺾였다 일어나고,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아가씨 마음을 살짝 건드려 놓고 도망치는 남정네의 손 깃 같이, 앙증맞고 얄밉게 너울거리며 곱게 핀 딱 한 송이 흰 꽃이 나의 애간장을 녹여 내렸다.
어깨에 장구를 둘러매고 걷고 뛰고 달리며 편채와 궁채로 추는 선반 장구, 초등학교 3년 때부터 장구를 두들겨 10여년 세월의 장구재비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허공을 나르고 또 날았다. ‘이강희’ 오래오래 기억 할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선반장구는 본적이 없다, ‘혼연일체(渾然一體)’ 이럴 때 쓰는 표현 일거다, ‘아 ~ ’ 감탄이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이광수와 함께 ‘사물놀이’를 탄생 시킨 최종실 명인이, 한손에 소고(小鼓), 또 다른 손에 채를 들고, 마치 휘영청 밝은 보름달 밤에 한들한들 하늘 위를 노니는 것 같이, 정중동의 정적(靜的) 흐름과 쉼 없이 돌고 도는 동적(動的) 움직임 사이를 넘나들며, 관객의 숨소리까지 빨아드린 최종실의 소고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소고위에 매달려 있는 짧은 줄 채상을, 소고의 두들김소리 따라 춤추게 하던 강성현의 채상 소고춤, 힘과 부드러움이 하나 되어 한 남성이 참 아름다웠고, 넘치는 매력은 무녀(舞女)의 자태보다 더 가슴 설렜다. 움질거리는 어깨춤에 내딛는 발걸음 하나, 허리 뉘어 돌던 자반뒤집기 따라 그려내던 채상의 아름다움, 아직도 몽환(夢幻)속을 헤매고 있다.
남성인데도 몸매가 아름다웠다, 마치 북춤을 추기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투박하게 생겨 둥둥 소리 외, 다른 무엇으로 사용 할 수 없을 것 같은 풍물 북을, 한쪽 어께에 메고 소리와 춤이 어우러지는 도구로 아름답게 표현해낸 우진수의 진주 삼천포 농악의 북춤, 행군하는 농악대의 단순한 두들김이 아니라 춤의 멋과 매력이 무엇인지 마음껏 뿜어내었다.
18m을 뻗어낸 길고 긴 상모를 느리게 한 바퀴 돌리면 사람살이 한 세상이 도는 것 같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빨리 돌리며 그려내던 포물선은 바삐 사는 사람살이 쳇바퀴 이었다. 60을 훌쩍 넘긴 김선옥의 12발 상모놀이가 < 흙과 바람의 소리 농악>을 마무리하며 농악의 아름다움을 관람객들의 가슴 깊이 새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