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헌강왕(憲康王) 때의 처용설화(處容說話)로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밤놀이에 취해 늦게 귀가하여 아내를 범한 역신(疫神)을 쫓아냈다는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편(紀異篇)에 나오는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처용무는 무당이 베푸는 굿 의식에서 행해졌다.
주로 섣달그믐날 궁중이나 관아의 의례에서 처용(處容)의 가면을 쓰고 잡귀를 쫓아내는 나례(儺禮)의식에서 행해졌으며,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처용무는 궁중을 비롯한 상층의 의식무(儀式舞)나 연희(演戱)로 전승되었다.
이 처용무를 바탕으로 한국문화의 집(KOUS) 예술 감독 <진옥섭>이 2000년 말부터 별신굿, 씻김굿, 도당굿, 대동굿등, 전국 각 지역의 온갖 굿에 농악의 판 굿,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전통춤 의 악가무(樂歌舞)를 차용해 그때그때 시대의 현상에 맞게 창작하는 춤 굿이, 처용무 굿이다.
2015년 처용무 굿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종식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춤의 신 처용신’을 불러 메르스를 쫓는 굿판 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 호, 남해안 별신굿 보유자 <정영만>,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 평산 소 놀음 굿 이수자인 <이용녀>, 봉산탈춤과 궁중무용 처용무를 엮어 ‘처용 퇴송 무’를 만든 명무 <박영수>, 채상 소고춤 명인 <김운태>, 영남 교방춤 명무 <박경량>, 여성농악단의 맥을 잇는 만능 광대들인 <연희단 팔산대>가 출연하여 제 1장 청신(請神)/ 제2장 좌정(坐定)과 오신(娛神)/ 제3장 판 굿/ 제4장 장군거리로 구성하여 역병(疫病)이 사라짐을 알리는 춤 굿이었다.
제 1장, 정영만의 액막이 소리를 굿이 열린다는 알림 소리 삼아 ‘처용 탈’을 앞세우고 무대 위로 올라라온 굿 청(廳)에서 남해안 별신굿 무악(巫樂)과 김운태의 비나리로 처용 신(神)을 불러, 푸른 색 넓은 막에 풀로 처용 신 얼굴을 그리고 깨를 뿌려, 처용신의 형상을 나타나게 하여, 걸개그림처럼 들어 올려, 처용신이 왔음을 알렸다.
제 2장, 박용수 명무가 처용의 탈을 쓰고 춤을 추며 붉은 용포에 초생 달 모양의 칼날이 달린 긴 월아도(刀)를 들고 역신들을 가르고 베어 물리쳐 처용신이 자리를 잡게 하고, 처용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바치는 춤인 박경량 명무의 헌무(獻舞)춤이 이어졌다. 박용수명무의 처용 춤은 무게가 실린 진중함과 신들의 다툼이 느껴지는 정적(靜的) 여운이 가득 담겨 있어 관객들을 굿판으로 몰입 하게 하였고, 어깨선 흐름의 매끄러움과 물 흐르듯 내딛는 버선발 디딤, 눈이 현란하도록 돌고 도는 앙증맞은 몸매를 감싸 안으며 부풀어 오르던 치마단, 펼쳤다 접어버리는 부챗살과 나비가 너울너울 노니는 손끝의 황홀함, 박경량 명무가 펼친 교방춤의 아름다움은 처용신이 자리를 뜰 수 없게 하였다.
제 3장, 호남 우도 농악 판 굿에서 농악대가 오른 쪽으로 돌며 매우 빠르게 치는 오채질굿과 동서남북 중앙, 오방을 달팽이집 모양으로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노는 오방진을 펼쳤던, 만능 광대들인 연희단 팔산대, 머리에 채상모를 쓰고 소고를 두들기며 허공을 날고 대지 위를 뛰며, 땅을 집어내던 화려한 율동으로 감탄사를 저절로 내뱉게 했던 ‘김운태 명인’의 독무가 펼쳐진 판 굿은 무당의 놀이를 대신하며 역신이 달라붙을 틈을 주지 않았다.
제4장, 드럼통 양쪽에 3미터 정도 되는 대나무를 세워 승전기(勝戰旗)를 달고, 통 위에 송판, 물동이, 목각 틀, 등을 차례로 올려 쌓은 굿 청 무대 칠성단(七星壇), 날이 시퍼렇게 선 두 날 작두를 들고 춤을 추며 팔이나 다리 등을 자르는 시늉을 해 보이고, 작두를 어르고 휘두르면서 동서남북과 중앙에 위치해 있는 오방신장(五方神將)을 놀리다, 칠성단 맨 위에 올려놓고 고정시킨 후 빠른 무악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신이 오르면 맨발로 작두날 위로 올라서서 신칼을 휘두르며 오방신장기(五方神將旗)를 들고 춤을 추며 굿판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기점(旗占)을 뽑게 하는 강신무 이용녀가 새끼 무당들과 함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어준 황해도 평산 소 내림굿의 열여섯 번째 거리 작두장군 거리는 무당의 영험(靈驗)을 보여주기를 넘어, 신의 위대함이 강림하여 역신이 소멸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달했다.
우리 전통 종교 무교의 의식이 점점 쇠퇴해가며 그 명맥을 위하기 위해 무대 공연화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장점을 모아 하나의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탄생 시킨, <진옥섭> 한국문화의집(KOUS) 예술 감독의 영혼 담긴 역량과 작품을 무대에 올린 한국문화의집(KOUS)에 따뜻한 고마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