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국악기만을 연주 하는 젊음 국악인 모둠 < 바라지 >, 지금은 1년 중 반에 가까운 날을 자력 해외공연을 하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 타악 모둠 < 노름마치 > 이후 10년 만에 나타난 국악의 미래를 밝게 하여 줄 또 하나의 큰 기쁨이며 희열(喜悅)이다. 국악을 익히며 삶으로 이어가는 수많은 젊은 국악인들이여, 옳고 바른 국악의 현대화, 국악의 세계화를 외치고 싶다면 < 바라지 >를 보고 배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바리지가 2015 서울시 국악 활성화 우수 국악작품 육성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창덕궁 옆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2015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 <비손>의 후기이다.
작고 가는 몸매의 앳된 젊은 여인 소리꾼이 무대 가운데에 자리 잡고 앉자 징을 두들기며 복을 기원하는 노래 소리가 은은하게 음률을 만들며 공연장을 덮어 버리는 첫 꼭지 < 비손 >, 어린 시절 이른 새벽 장독대 앞에 정화수 떠다 놓고, 두 손 모아 가족들의 소소한 복을 정성으로 비시던 어머니의 고귀한 모습으로 떠오르며 몽환의 세계로 빨아드렸다.
빠르게 몰아치는 ‘ 휘 ’에 허튼 가락을 말하는 ‘ 산조 ’ 의미가 담긴 < 휘산조 >, 세대의 가야금에 한 대의 아쟁까지도 활대를 버리고 현란한 현을 뜯는 소리가 중심이 되어, 기악 독주곡인 산조의 아름다움을 우리 관악기, 타악기가 어울러 진 합주로 펼쳐졌다. 느린 진양조로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며 휘모리를 타고 넘는 선율에 담긴 희, 노, 애, 낙의 감미로운 가락과 처절한 애원조의 가락은 ‘ 아~ 이것이 국악의 기쁨이구나, ’를 저절로 깨우쳐 주었다.
진도씻김굿 소리와 반주 음악이 흠뻑 담긴 < 씻김시나위 >, 아쟁의 애잔한 소리가 가슴을 저미며 파고들면서도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고, 망자가 가는 길, 편안하고 복 받는 길이 되라고 밝음과 신명이 함께했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말로 설명하기에 벅찬 오묘한 음악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신들린 듯 연주에 푹 빠져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마냥 고마웠다.
네 대의 북을 두들기며, 네 명의 고수가 현대적 감흥의 ‘ 흥보가 ’ 한 대목을 열창하는 < 생사고락生四鼓樂 >, 농악에서, 사물놀이에서, 듣는 단순한 북소리가 아니었다, 빠른 손놀림과 다양한 가락이 춤추는 장구 놀이 이었으며, 네 명의 고수가 보여주는 일체성과 하나의 북소리는 감탄과 환호를 쏟아내게 했다. 전통 판소리에서는 조금 벋어나 흥이 담긴 노래 소리와 소리 따라 춤추는 고수들의 율동이 함께한 신명(神明) 그 자체이었다.
군대에서 나발, 소라, 대각, 태평소 등을 불고, 징, 북, 바라 등을 치는 군악(軍樂), 취타(吹打)를 무속가락으로 불고치는 <무취타巫吹打>, 단순한 행진 음악이 아니었다. 진도와 경기도 지방의 무속 가락 속에 담긴 신을 부르고 칭송하여, 인간과 교접을 통해, 인간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혼(魂)을 들었다 놓는 크고 빠른 음악에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뜨거운 열기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였고 소리의 늪에 빠져 정신을 놓고 허우적거리게 했다.
진도씻김굿 제석굿 축원 내용과 소리, 무의식 춤을 무대 공연으로 보여주는 < 바라지 축원 >, 백색 치마저고리에 백색 고깔을 쓰고, 양손에 지전을 들고 ‘ 오소사 오십시다 오소사 ’를 노래하며 무대 위로 올라서는 무녀 모습 소리꾼의 신비로움 따라 흡입되며, 뭔지 알 수 없는 기원의 마음이 솟구치고, 이 소리를 받쳐주는 반주자들의 후렴구마저 하나 되어버린 ‘ 축원 굿마당 ’에서 어느새 두 손 모아 간절히 빌고 있었다.
두 차례의 앙코르 연주로 끝을 맺은 바라지의 < 비손 >, 국악기로 국악 악(樂), 가(歌), 무(舞)의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 보이며, 국악의 현대화, 세계화가 무엇인지, 그 갈 길을 뚜렷하게 보여준 훌륭한 공연이었으며 가슴 뿌듯한 자랑스러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