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7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즐긴 ‘고부지가’는 애잔한 미소가 담긴 아름다움이었고, 새봄 봄 냄새같이 무척 향기로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노래 ‘고부지가’, 새벽에 일어나 시어머니 칠순 잔치를 준비하는 탈북자 며느리에게, 결혼 3년 만에 이혼하고 친정에서 사는 시누이가 술 취해 아침에 귀가 하여 시비를 걸어 고부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화가 난 며느리는 집을 나간다. 마음이 허전한 시어머니에게 젊을 적 죽은 남편의 모습이 보이고, 며느리에게는 북에 계신 어머니가 위로의 노래를 불러준다, 고부간의 화해는 이루어지고 흥겨운 칠순 잔치가 끝나자, 시어머니는 저승으로 남편 따라간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후 오늘 까지, ‘분단(分斷)’ ‘6,25’ ‘월남전’ ‘이산가족’ 등 우리의 아픈 역사의 소용돌이를 북쪽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나 6,25 때 홀로 피난 내려온 실향민 시어머니와 2000년대 탈북자로 결혼 2년차 며느리를 통해 보여준 시대극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김광숙씨가 시어머니로 극을 이끌며,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서도지역)의 수심가/ 엮음수심가/ 뽕타령/ 해주아리랑/ 돈돌라리/ 개타령/ 사설난봉가/ 풍구타령/ 신고산타령/ 궁초댕기/ 산염불/ 잦은염불/ 서도소리에, 고부지가/ 날찾네/ 심장 속에 남는 사랑/ 어머니께/ 초로인생/ 어디로 갈거나/ 뽕타러가세/ 현대 민요와 창작 곡을 더하고, 휘바람/ 기쁨의 아리랑/ 북쪽과 중국교포의 노래까지 담아 표현한 아픔과 웃음, 갈등과 화합, 상처와 감동이 담긴 가족 극이었다.
남도소리로 표현 하는 창극과 또 다른, 우리 소리극의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신선함이 있었다. 서도소리 속에 대사와 현대민요, 창작 곡을 넣어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어내어, 서도가락의 참 맛을 느끼면서 현대 뮤지컬 한 장면을 감상 하는 것 같은 색다른 즐거움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실험하는 현장 이었다.
공연의 흐름에 따라 무대뒤쪽 화면에 비춰지는 내용 담긴 영상과 극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훌륭한 조명, 이것들과 어우러지는 소리, 이렇게 우리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행복 가득한 작품이었고, 뛰어난 작가, 연출가, 음악가가 만들어낸 좋은 보석 이었다.
한편으로는 국가관 계몽과 빨간색과 파란색의 이분 적 논리 강조가 언뜻언뜻 보여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불편함이었고, 핀 마이크의 단점인지, 음향의 실수 인지, 소리꾼들의 한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리꾼들의 음 갈림 현상이 귀에 거슬리고, 이야기 전달을 우선하여 따라가는 편곡이었는지 서도소리의 떨림과 강하고 힘찬 매력이 덜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