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단, 한국문화의집(KOUS)이 준비하여 2014년 5월 23일 LG아트쎈타에서 펼쳐진 < 소리가 춤을 부른다. > 하용부, 이정희, 박경랑, 김운태, 네 사람의 춤꾼과 국악가요 소리꾼 장사익이 벌린 한판 굿 이었다,
막이 열리고 장사익이 맹골수로 바다에 잠겨버린 “ 세월호 희생자 ”를 추모하는 마음을 전하고, ‘ 찾아 가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 와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 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 허허 바다 >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1100여석 관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애도의 마음으로 숙연해 졌다.
여느 때 같으면 굿판은 길 닦음에 비나리 축원으로 시작 하지만 세월호 슬픔으로 장사익의 “허허”와 순서가 바뀐 여성 연희단 팔산대(八山臺) 풍물패가 상쇠 소리를 앞세워 공연장 밖에서 객석을 가로지르고 무대 위에 펼친 마당 굿은 무겁고 답답한 모두의 마음을 잠시나마 씻어 주었다.
이어서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 생환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이정희의 도살풀이춤이 귀곡성(鬼哭聲)같은 정영만의 구음에 실려 펼쳐졌다. 깨끗한 치마저고리도, 길고 긴 수건도, 모두가 새 하얀색으로 버선발 따라 세월을 내딛고 어깨 들어 펼치던 한(恨)의 춤사위, 이승을 너울거리다 저승으로 날아오르는 영혼의 연무(煙霧) 같은 수건의 궤적(軌跡), 허공에 쓰이어지던 선(線)과 지면에 그려내던 디딤 발의 조화, 이 모든, 그 무엇을 마음으로 읽어야 했고, 귀를 닫아버린 눈은 몽환에 빠졌다. 애끊는 감동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가득 채웠다.
늘 그러하듯 삶이 깨끗한 농부가 정성껏 차려 입은 바지저고리에 달랑 사물 북 하나 어께에 걸친 하용부의 밀양 북춤, 춤사위라 말 할 것도 없었다. 그 순간 몸에서 우러나는 형식 없는 막춤, 민중의 아픔을 찍어내는 듯 그냥 두들기는 북채 따라 덩 따닥, 걷다 뛰고, 달리다 멈추고, 화려한 동작과 우아한 몸짓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편하디. 편하게 물 흐르듯 자연(自然)이 가슴에 담겨 저절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우리 춤이 뿜어내는 마력에 숨이 멈췄다.
빨간 치마 녹색 저고리를 단아하게 차려 입은 박경랑의 교방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순하고 짧은 춤사위 따라 너울너울 움찔거리는 어깨, 느리게 미끄러지듯 살랑거리던 디딤 발이 한 순간 뱅글뱅글 풍차 돌자, 함지박 엎어놓은 듯 부풀어 오르던 치마, 가끔씩 가냘픈 손으로 살짝살짝 추켜올리던 치맛자락, 무아에 도취된 듯한 얼굴에서 순간 애절하게 끌어 들이던 눈빛, 활짝 펼친 부채사이로 살며시 삐져나오는 애교, 무엇이 춤이고 무엇이 운우지락인지, 이 아름다움을 즐기던 조선의 선비가 한 없이 부러웠다.
흰색과 연보라의 조화가 불두화의 아름다움으로 피어난 연희복의 김운태 채상소고, 한 평생 광대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작은 소고 하나에 담아 하늘을 날았다. 자반뒤집기로 허공에 몸을 띄워 뒤집고는 돌고 또 도는 두루거리의 화려함, 바닥을 차고 솟아오르는 솟은 버꾸 머리 위에서 수를 놓던 채상모의 아름다움, 풍뎅이가 마당을 쓸듯 맴돌던 연풍대의 현란함, 인간이 표현해내는 기예의 극치가 살아 숨 쉬었다. 여기에 뚝뚝 떨어지던 땀방울, 버거웠던 힘이 담긴 미소가 함께 어울린 황홀함은 지금 눈을 감고 그려보아도 또 하나의 행복으로 살아 있다.
구음-정영만, 장구-유인상, 대금-원완철, 타악-박종훈,고석용,신승균,최영호, 아쟁-윤서경, 피리-정석진,해금-하고운,원나경, 기타-정재열, 이들이 보여준 ‘춤’과 어우러진 반주 음악은 소리가 춤을 불러 가락 위에서 노닐며 관객을 무아(無我)의 황홀로 빨아들일 수 있는 힘의 원동력 이었다.
이렇게 춤판이 끝나고 무대에 다시 오른 장사익은 꽃구경, 찔레꽃, 봄날은 간다.' 등 흘러간 대중가요와 근래에 작곡한 노래들을 국악가요 창법으로 열창을 하여, 5월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아픔을 풀어주었고 모든 출연자와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 아리랑 ’을 부르며 막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