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박석티 이동백, 이흥원(장고) (1927년, 61세)
이동백 : 【아니리】 그때여 어사또께서 편지 보시고 남원으로 들어가시것다.
【진양】 박석티 넘어들어 남원읍으로 향허신다.
모연은 자옥헌디 안관산천 반갑구나.
산도 보던 산이요, 물도 보던 물이로구나.
광한누야 온당허며, 오작교야 성허게 있느냐?
녹수화림 우거진 데 춘향이 추천허고 노던 디요,
객사청청 푸른 [버들] 나귀 매고 노던 데로다.
예 다니던 길을 보니, 춘향 생각이 더 나는구나.
천전리를 돌아들어 춘향 집을 찾어드니,
행랑은 헙숙하고 담장은 찌그러졌네.
장원의 거친 풀은 적막히 우거지고,
사창전 한매화난 옛날 소식을 전허는 듯,
내가 올라갈 제 써 붙인 입춘서가
설한풍에 다 뜯어져 개천 가로 흩날리네.
효제충신 예의염치 충성 충, 가운데 중 자 떨어지고
마음 심자만 왼전허구나.
문전에 누운 개난 구면객인 줄을 모르고서
그대로 나서 퀑퀑 짓난다.
“이 개야!”
창극 춘향전 (재봉편) / 소리 이화중선 김창룡 권금주, 북 한성준 (1934)
이화중선 : 【중머리】 “오냐 방자야 우지 마라.
우지를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얘 방자야 우지 마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는 것이니,
우지 마라 우지를 마라. 이얘 방자야 우지 마라.”
김창룡 : 【아니리】 아희를 돌려 보내고,
【진양】 박석티 넘어 서서 좌우를 살펴보며 어사또가 말을 헌다.
이화중선 : “반갑구나 반갑구나. 땅만 보아도 반갑구나.
산도 보던 청산이요, 물도 예 보던 물이라.
녹수진경 너룬 뜰은 님과 다립을 노던 데요,
광한누야 잘 있더냐, 오작교야 무사허냐?
춘향으 집을 어서 가고지고.”
김창룡 : 그렁저렁 춘향 대문을 당도허여, 벽문 궁그로 가만히 보니,
춘향모 후원에다 단을 뭇고 지성으로 비드니라.
권금주 :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느님 전으 비나니다.
인간으 충효절행 천심 어이 모르시오?
명천이 감동허여 올라가신 이몽룡씨 소년으 급제허여
내 딸 춘향을 살려주오.”
박석틔를 넘어서 / 소리 정정렬, 북 한성준 (1931. 1 발매)
【진양】 박석티를 올라서서 좌우를 바라보니,
산도 보든 산이요, 물도 보든 물이다마는 물이야 그 물이 있겠느냐?
광한루야 잘 있드냐, 오작교도 무사허냐?
동림 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둘이 서로 꼭 붙들고
가느니, 못 가느니 우든 곳이요,
선운사 종성 소리 예 듣던 소리로구나.
북문 안을 들어서니 일락서산으 황혼이 되야
집집마두 밥을 짓노라 저녁 연기가 자욱허여 분별헐 길이 전혀 없구나.
한 곳을 당도허니, 서리 역졸이 모아 섰다 문안허거날,
어사또 분부허시되,
명일사 거행을 여차 허고, 관자는 이리 있으라 분부허시고,
춘향 집을 찾어가 문전으 들어서 동정을 보니,
이때야 춘향 어모는 후원으 단을 뭇고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앉어,
“비나니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위동심을 허옵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