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가, 박봉술 창, 김동준 북 ]
이러타시 설리 울 제, 방자 급히 나오면서,
“여보 도련님 일이 났소.
사또께서 알으시고 소인 등은 곤장 맞어 죽고,
춘향은 지경을 넘고, 뭇 죽엄이 나겄으니, 어서 급히 가사이다.”
“에라, 이 얘야. 물렀거라. 말 대령하였느냐.”
“말 다령허였소.”
백마는 욕거장시허고 청아는 석별견의로구나.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데 임은 잡고 아니 놓네.
도련님이 하릴없어 말 위에 올라타니,
춘향이 달려들어 등자 디딘 도련님 다리 잡고,
“여보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나를 어쩌고 가려시오?
날 다려 가오, 날 다려 가오. 독교도 싫고, 쌩교도 싫네.
위리렁 충청 건넌 말께다 반부담 지여서 날 다려가오.
깁수건을 풀어 내여 한 끝은 내 목, 또 한 끝은 나무 끝끄터리 째매고
뚝 떨어 대량대량 영이별이 되면 되제,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
“오냐 오냐, 우지 말어라.
나 올라가 급제하여 너를 다려갈 것이니 부디 서러 말고 잘 있거라.”
도련님이 나귀 타고 서울로 올라갈 제,
춘향이는 예의염치를 아는 사람이라 나갈 수도 없고,
대문 앞에 가서 엎드러져서 도련님 간 곳만 무뚜뚜루미 바라보니,
한 모롱이 돌아들어 나비만큼 보이다가
두 모롱이 돌아들어 별만큼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으 들것구나.
[이별가, 정권진 창, 김명환 북]
【중머리】 도령님이 하릴없어 나구 등으 올라앉으며,
“춘향아, 잘 있거라. 장모도 평안히 계시오. 향단이도 잘 있거라.”
춘향이 거동 보소. 우루루루루루루 달려들어
한 손으로는 나귀 정마 쥐어 잡고,
또 한 손으로 등자 디딘 도련님 다리 잡고,
“아이고,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날 다려 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 가오.
쌍교도 나는 싫고, 독교도 내사 싫소.
걷넌 말끄 반부담 지어서 워리렁 추렁청 날 다려 가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님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방자 달려들어 나귀 정마 쥐어 잡고 채질 툭 쳐 말을 모니,
비호같이 가는 말이 청산녹수 얼른얼른,
이 모롱 저 모롱 돌아서니, 춘향이 따러갈 수 없고
가는 임을 우두머니 바라볼 제, 가는대로 적게 보이는구나.
달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으 잠긴 듯이
아주 깜빡 박석치를 넘어서니,
그 자리에 퍼썩 주저앉아 퍼버리고 울음을 우는 모양
사람의 인륜으로 볼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