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바람 선선한 가을날 아침, 도심 속 숲 조선 성종왕릉 선릉(宣陵) 재실에서 듣는 국악 선율(旋律)은 한없는 감동 이었고 커다란 행복 이었다. 근래에 들었던 그 어떤 음악회에서 들을 수 없었던 청아하고 아름다운 우리소리에 빠진 약 40분 이었다.
선릉(宣陵) 당사자인 조선 9대 성종이 편찬한 악학궤범과 책속에 수록된 국악기를 소개하기 위해 조선왕릉관리소가 마련한 문화행사 개막식 축하를 위한 작은 국악 연주 마당으로 사회자 판소리 명창 ‘ 박애리 ’를 제외하면 유명 국악인의 출연도 없었고, 다양한 악기에 특별한 곡이 연주되는 공연도 아닌 개막식 구색 맞추기 이었지만 좋은 소리, 살아있는 소리가 가득 찼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ㅁ자 형태로 자리 잡은 재실 건축형태에, 북쪽에서 남향으로 중앙에 자리 잡은 재실 본관이 두 계단 위에 자리 잡고, 이 건물 앞마루에서 악기가 연주되어 소리가 위에서 아래쪽 작은 넓이의 마당으로 향하였고, 동, 서, 남쪽 3면을 막고 배치된 부속 건물들이 소리를 차단하여 모이게 하며, 오밀조밀 하며 나무와 흙을 이용한 한옥구조의 특성이 소리를 흡수하고 반사시키는 역학적 구조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여기에 기계 음향을 담당한 한국문화재재단 산하 ‘ 한국의 집 ’ 음향 팀의 뛰어난 솜씨가 더해진 결과, 마당 어느 곳에서 들어도 고른 소리, 흩어짐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탄과 희열의 기쁨이 넘치는 최고 음악당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한국문화재재단 하늘소리 연주단의 ‘ 도라지와 어느 멋진 날에 ’ 연곡 연주를 시작으로 해금, 대금, 25현가야금, 피리, 생황, 다섯 국악기, 각각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알기 쉬운 ‘ 박애리 ’의 악기 설명이 끝나면 악기 하나하나의 짧은 연주가 이어졌고, 박애리의 현대 판소리 쑥대머리가 선릉 재실을 감싸버린 기분 좋은 아침 날을 언제 또 만끽 할 수 있을지, 오랜만에 가슴 설렌 우리소리의 진정한 멋과 향기에 도취한 행운이었다.
한 가지 음향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음악으로 들었다면 마당문화, 사랑방 문화인 우리민속악의 진수와 참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 좋았고, 더 행복 했을 거라는 끝없는 욕심의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