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밤 궁궐에 퍼진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축(丑:새벽1시)시에 시작하여 밤을 세워가며 지내던 종묘대제(宗廟大祭)를 현대에 들어와 편리성을 쫒아 한낮에 지내니, 보여주는 제사가 된지 수십 년이라, 땡볕에 듣는 제례악은 집중력도 사라지고 지루하고 지겹기만 하였는데, 이밤은 돌아가신 선왕(先王)들이 오셔서 선물을 받으시고, 악가무(樂歌舞)를 즐기시면서 정성으로 차린 음식을 드시고, 후손들에게 칭찬하시고 돌아가시는 모습이 그려져 보이는 아름다움의 향연(饗宴)이었다.
영조 38년(1762) 윤5월 13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돌아가신 사건이 벌어진 현장 ‘ 창경궁 문정전 ’ 마당에서 한국문화의집(Kous) 진옥섭 예술감독의 해박(該博)한 지식과 쉽게 풀어주는 해설 속에서, 신을 불러들이는 음악으로 조선 역대 왕들의 문덕(文德)을 찬양하는 음악 영신희문(迎神熙文), 찾아오신 선왕들에게 왕이 첫잔 술을 올리는 곡 보태평지악(保太平之樂), 선물을 드리는 곡 전폐희문(奠幣熙文), 왕세자와 영의정이 두 번째, 세 번째 잔을 올릴 때, 선왕들의 무공을 칭송하는 곡 정대업지악(定大業之樂)이 이어지며, 문무(文舞)와 무무(武舞)가 펼쳐지니, 한(恨)과 사도(思悼:생각하며 슬퍼한다)로 엉클어진 아버지와 자식의 250년 세월도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공연예술은 첫째로 실연되는 환경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그 다음이 누가 어떻게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객들이 행복을 채워가는 기쁨인데, 우아하고 바르며 고상한 세계 최고의 음악을 종묘제례악 보존회의 최고 연주로 궁궐 깊숙이 자리 잡은 조선왕의 편전(便殿) 뜰 안에서 고고한 가을 달빛 맞으며 즐긴 행운은 언제다시 찾아올까 알 수 없는 무한한 기쁨이었다.
이 크고 아름다운 향연의 시작을 ‘ 길굿 ’으로 알리고, 찾아와 거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시는 선왕들의 앞길을 즐거움으로 채워 주는 듯, 씩씩하고 힘찬 ‘ 오채질굿 ’과 동서남북, 중앙 오방(五方)을 감아 돌다 풀며 자반뒤집기로 넘고 또 넘던 ‘ 오방진 ’의 역동적이며 화려한 호남우도농악을 펼친 여성농악단 ‘ 연희단 팔산대 ’가 공연장에 쌓이려는 정(靜)을 동(動)으로 바꿔주며, 창경궁 야간개장 행사에 맞춰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주최한 < 고궁무악전古宮舞樂展 >첫날 태평무악(太平舞樂)을 더욱 빛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