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 가을비 내리는 저녁, 약 50여석의 서촌 ‘ 공간 서로 ’에서 열린 ‘ 초망자 ’는 화랭이들이 무녀의 주술을 받아 “아야 망자” 소리와 구음이 이어지며, 망자를 불러 무녀를 통하여 망자의 이야기를 듣고, 맺힌 한(恨)과 원(願)을 풀어 주고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동해안 별신굿 핵심 굿인 ‘초망자굿(설음 굿)’에서 음악만을 가져와 ‘ 현대 ’에 접목 시켜 표현하고자 하는 국악 연주회라고 프로그램소개 지와 연주자들 ‘ 호나(하나의 표현) ’는 주장했다.
내용은 피리, 24현금, 생황, 양금, 동해안 무속장구, 등 국악기에 첼로를 더한 국악기가 주가 되어 “ 어느 여행자의 봄, 제주도 반추(反芻), 주마등(走馬燈), 심해(深海), 청혼(請魂), 달에 기억을 묻는다. 호나 시나위, ” 이렇게 7곡이 약 1시간 동안 서양 음악에 가까운 형태와 느낌이 으로 전달된 괜찮은 감상음악 실내악 연주회 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만 듣는다면 국악이라 보다는 요즘 젊은 국악인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숙해 져버린 오선 악보에 현대음악이 자리 잡고 잔기교가 넘쳐나는 곡들의 이어짐이었다. 특별하며 뛰어난 특징이 담겨있어 뭔가 특색 있는 느낌이 전달되었다기보다는 그냥 주변에서 쉽고 편안하게 접하고 즐기며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 가벼운 작은 음악회 이었다.
‘ 굿 ’을 무대로 불러낸 연주회에서 초반부 2곡 “ 어느 여행자의 봄과 겨울을 표현 했다는 제주도 반추(反芻:되새김) ”는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흐르는 어느 교회 찬송가 반주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우리 굿을 표현 하는 ‘ 초망자 ’와 별개의 음악으로 이미지를 반감 시켰다. 앙코르곡 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연출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우리 ‘ 굿 ’은 거리마다 의미가 다르고 음악 흐름이 다르며 신과 교감하여 신을 만족 시켜야 하기 때문에 악기 또한 여기에 상응 하여야 하는데, 중후 하면서도 부드러운 저음 악기 ‘ 첼로 ’는 서양 사람들의 정서를 담아내는 실내악 악기로 우리 굿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악기라 생각한다. 전반전으로 ‘ 첼로 ’가 음색을 지배하고, 차갑고 맑은 쇠 소리를 내는 양금이 비중 있게 어우어진 연주회에서, 제목 ‘ 초망자 ’를 그냥 이 음악과 어울리는 제목으로 선정 했다면 필요 없는 기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며, 좀 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전달 받을 수 있었을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