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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 - 죄와 벌 후기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527
  • 작성일2019.08.10

오랜만에 한없이 빨려드는 전통연극 이었다. 연기자들의 판소리 발성에 북, 장구, 아쟁 등 국악기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극 전체를 감싸는 동서양의 조화가 어우러진 짜임은 극의 몰입 도를 한층 더 높여 주었다. 이렇게 숨소리마저 고르며 약 90분 동안 희열에 빠진 부푼 가슴을 진정하며 후기를 남긴다.

 

7월 중순 어느 날 국악방송 창호에 드린 햇살에서 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 <죄와 벌> 공연소개를 하고 관람권을 선물 하겠다하여 신청했지만 소식이 없어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87<죄와 벌> 개막일에 89일 관람권 선물이 왔다. 선물을 주신 창호에 드린 햇살에 따뜻한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나의 두서없는 후기가 함께하지 못한 청취자분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들릴 수 있다면 참 행복 하겠다

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 <죄와 벌>은 홍대입구 산울림고전극장에서 2019612일부터 91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기획 프로그램 <러시아문학 연극으로 읽다> 여섯 편의 연극 중 87~ 818일 사이에 공연되는 작품이다.

 

주변의 부동산을 다량 소유하고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전당포 노인, 더 이상 전당포에 맡길 물건도 없고 연체 이자만 늘어가는 가난에 질려 전당포 노인을 죽이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법대를 나와 고시폐인으로 권위만 찾는 무능한 아버지, 아버지의 구타와 폭거(暴擧)에 시달린 알콜 중독자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까지 집안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아들, 범죄학 교수, 방송인으로 유명인사이지만 내면은 온갖 사회비리와 여성편력으로 가득 찬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인(斷面人), 이들이 엮어내는 21세기 <죄와 벌>이다.

 

머리 속 에는 원작으로 각색과 창작된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벌>이 담겨있고, 눈과 마음은 21세기 지금 우리들의 생활 모습으로 펼쳐지는 산울림고전극장 <죄와벌>을 따라갔다. 두 작품을 연상 하고 겹쳐서 이해하며 연기자를 쫒아 극 전체를 보아야 했기에 빈틈도 빈 짬도 있을 수 없었다.

 

청소년시절에 스치듯 한 번 읽고 덮은 <죄와 벌>이기에 기억 속에서도 끄집어 내기가 어려웠지만 운무 속으로 들어가면 눈앞에 펼쳐지는 좁은 시야의 신비로움처럼 혼신의 연기로 이어주는 21세기 죄와 벌의 모습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가 전달하고자 했던 사회의 그 어떤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밀려 왔다.

 

출연자들의 일인 다역의 연기, 간간히 소리로만 동참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악기연주자들, 연출, 음악, 의상, 시나리오 등 무대를 가득 채운 <죄와 벌>은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에 3명 출연자중 2명의 여자 출연자가 한 명은 우리소리 극을 전문으로 하는 창작자이며 연출가이고 배우인 정지혜’, 한 명은 연극 전문 배우가 아닌 판소리꾼 김율희라 더 좋았다.

 

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 - 죄와 벌에 동참한 모든 분에게 커다란 박수와 함께 찬사를 보내며 단 한사람이라도 더 연극으로 전해주는 러시아문학 <죄와 벌>의 감동을 나눌 수 있기를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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