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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우락友樂>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2226
  • 작성일2019.06.21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책임 자문으로 기획에서부터 실행까지 실질적 주관자인 필자가 후기를 직접 남기는 자체가 모순(矛盾)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책임과 의무라 생각하며 모순을 넘어본다.

 

우락은 한국문화재재단이 전통계승의 사명감과 우수한 예술적 역량을 갖춘 국내 전통예술보존단체들을 선정하여 관객과 출연자 모두에게 어울림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2010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기획 공연이다.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호 강강술래를 보존 계승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서울·경기지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진도(珍島)출신 여성 향우들이 2014재경진도군 향우회 강강술래 보존회를 결성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배우고 익힌 결실이다.

 

국악전공 이력은 한 줄도 없지만, 예술에 대한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평범한 진도인(珍島人)인들의 끼와 재주, 열기와 열정, 긍지와 자부심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자랑스러움이다.

 

진도에서도 특별한 날 야외에서 볼 수 있는 강강술래를 실내 무대 공연으로 보여주고 이를 원점(原點)으로 삼아 빈번한 실내 무대 공연을 통해 대중 속으로 다가가, 진도 아리랑처럼 누구나 쉽게 접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강강술래 대중화(大衆化)의 염원이 담긴 흥과 멋이며 아름다움의 봇물이었다.

소리꾼 다섯이 매기고 받는 강강술래 노래 소리 따라 하얀 저고리 녹색치마로 곱게 단장한 스물 넷 흰 고무신 디딤 발이 규칙적으로 그려내는 하얀 선의 아름다움은 바닷가에 밀려드는 파도 위 하얀 포물선의 넘실거림 같은 감동을 관객의 가슴속에 밀어 넣었다.

 

달 밝은 밤 야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누구나 아무나 어우러져 손에 손을 잡고 놀던 강강술래의 청어엮기·청어풀기, 고사리꺽기, 덕석몰기·덕석풀기, 바늘귀 끼기, 손치기·발치기, 지와(기와)밟기, 문지기, 꼬리따기등을 무대공연으로 보여준 색다른 감흥에 빨려드는 행복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앞사람의 허리춤을 붙잡고 따라가며 밟는 장단에 좌우로 씰룩거리며 이어지는 스물 넷 뜀 꾼들의 엉덩이가 보여주는 유쾌한 즐거움은 무료(無聊)와 무상(無想)의 하루를 사는 범부들의 일상에 기쁨과 신명이라는 폭탄을 쏟아 부었다.

 

남생아 놀아라, 개고리(개구리)타령, 강아지타령으로 이어가며 화려한 조명 불빛 아래서 뛰고 돌고, 원을 그렸다 풀어내고, 주저앉았다 일어서고, 두 손으로 손뼉치다 바닥을 향해 때리고 하늘을 향해 뿌리면서 매김 소리 가락 따라 강강술래 강강술래돌고 뛰고 돌아가는 스물 넷 뜀 꾼의 청초함은 공연이 한 참 전에 다 끝난 지금 눈을 감아도 환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9명의 여창 소리꾼이 떼 창으로 부른 남원산성·성주풀이·진도아리랑의 남도소리와 심봉사 눈뜨는 대목남창 판소리가 극장 안 열기를 지폈으며, 두 여성 춤꾼이 긴 흰색 비단 천을 무구(巫具)삼아 살()을 풀어낸 경기도 도살풀이와 여성춤꾼 일곱이 양손으로 북을 두드리며 우아함을 뽐낸 박병천류 진도북춤’, 경상도 전통춤의 멋이 담긴 박경랑류 영남 교방청무여성 춤꾼 독무(獨舞)가 관객들의 마음에 감명(感銘)을 가득 채워 주었다.

 

재경진도군 향우회 강강술래 보존회님들이 전문 예술인들과 비교되는 한계와 처음 올라보는 프로(Professional) 무대가 주는 압박감으로 긴장감은 떨쳐내지는 못한 무대이었지만, 공연이란 출연자의 이력, 명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 출연자들의 신명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관객의 마음이 뜨겁게 부풀어 오르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넘쳐날 때 행복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보조석을 포함하여 240여석을 가득 채운 유료 관객에 30여명의 외국인까지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준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의 희열(喜悅)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강강술래 / 강강술래 / 뛰어 보세 뛰어 보세 / 윽신 윽신 뛰어나 보세 / 높은 마당이 짚어(깊어)지고 / 짚은 마당이 얕아지게 / 윽신 윽신 뛰어나 보세/ 강강술래 / 강강술래 /

 

서울을 품은 진도 강강술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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