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ng_the_Ruins (폐허속에서)
1.
자화상-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단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
소년-윤동주
여기 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보면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3.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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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요며칠은 햇빛이 따스해서 좋습니다.
지난 가을은 윤동주시인과 함께 했습니다.
제가 조금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거든요.
어떤 분이 시집을 빌려 주셔서 고이 잘 읽었습니다.
여러분도 건강 유의하세요
꽃과 음악과 시... 는 민간요법으로 참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