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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解語花) 몌별(袂別)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351
  • 작성일2019.06.26

 

1934년생 권명화(權名花) 명무의 소고(小鼓), ‘, 얼마나 할까가 부끄러움 이었고 놀라움의 감동이 한 없이 넘쳤다. 기대의 바람이 아닌 황당함을 앞서는 기쁨의 행복이었다. 인간의 심신을 마비시켜버리는 마약도 이보다 더 몽환 속으로 빨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86세 노구(老軀)는 얼굴 모습뿐이요, 2·8청춘이 무대 위를 수놓으며 훨훨 날았다. 150cm를 넘을 것 같지 않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온 객석을 녹였고, 젊음을 능가한 열정은 춤꾼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다. 뒤태 보면 소동(小童)의 싱그러움이 가득했으며, 가냘프고 아담한 자태는 우아한 춤사위에 취해 심장을 뛰게 했다.

 

소고 두드림은 힘이 넘고 땅을 치면 대지가 울었다. 양팔의 꺾임은 칼날 같은 절도(節度)가 있었고, 춤사위의 이어짐은 가을 소슬 바람이 옷깃을 스치듯 부드러웠다. 디딤 발 흰 버선코는 치맛자락을 비집고 나오며 부끄러워 수줍어했다. 내딛는 한 걸음, 뛰는 한발자국, 빙글 돌아서는 한 몸짓, 다 일어서는 한 동작, 언제 또 오늘을 맞을 수 있을까,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한()으로 남을 것 같다.

 

이 시대 마지막 예기(藝妓) 군산 춤 명인 장금도(張今桃), 부산 소리 명인 구음(口音) 유금선(柳錦仙), 세분이 함께 기녀라는 뜻의 말을 알아듣는 꽃 - 해어화라는 제목으로 2013년 가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지만, 두 명인은 가시고 홀로 남아 소매를 부여잡고 헤어지는 - 몌별의 아픈 단어를 가슴에 품고 신명을 풀어낸 명인의 모습은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도 고귀했고 위대한 회향(廻向)이었다.

 

연희단 팔산대 <판굿>으로 막을 열어 이 땅의 최고의 춤꾼들인, 또 한 의 조선말 남원 예기 명무 고 조갑녀의 딸 정명희<민살풀이춤>, 김운태<채상소고춤>, 김경란<굿거리춤>, 국수호<삼현승무> 김신영의 구음소리에 훨훨 날은 이성훈<동래학춤>으로 우리 춤의 멋과 진미를 보여주고 끝을 권명화의 소고춤이 무대를 뜨겁게 태워버린 해어화 몌별은 환희로 가득 채운 커다란 행복이었다.

 

각각 무대에 올라왔어도 감동과 감격이 넘쳐난 무대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을 소도구로 삼아 해어화 몌별을 더욱 더 찬란하게 승화시킨 이들의 따뜻함이 돋보여 참 좋아 온 마음 담아 칭찬을 드린다. 이 무대의 기획·연출자로 무명 시절부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초야에 묻힌 명인을 발굴하여 우리의 전통 예술을 계승·발전시키는 전도사의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는 한국 문화재재단 진옥섭이사장이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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