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음악 집단이 아닌, 예술 극장이 하는 송년 음악회나 신년 음악회는 늘 그렇다, 마치 뷔페식당의 음식 차림 같이, ‘악(樂)가(歌)무(舞)’전문, 개인이나 집단이 모여 보여 주는 공연이라, 기획력에 따라 관객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뷔페식당처럼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때로 주(主) 음식 하나에 만족 하듯이, 다양한 갈래의 ‘악가무’ 즐기기, 이 이상의 기대를 하는 것은 욕심이다.
2015 세종문화회관 신년 음악회 ‘ 세상, 함께 즐기자(여민동락與民同樂, 모두 어울려 즐거움을 함께 한다.)’도 그냥 신년음악회로 ‘ 장사익님 ’의 출연이 돋보이는 무대 이었다.
하지만 3022석의 세종회관 대극장은 그 어떤 극장보다도 음향 시설이 좋아 좌석 등급과 위치에 크게 좌우되는 불편함이 거의 없는 극장으로 관객들은 새해 시작을 행운과 함께 하였을 것이다.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60여명이 넘는 서울시 국악관현악단과 유스오케스트라단 혼성 악단의 서곡 ‘얼씨구야’, 연주곡 굿을 위한 창작 관현악 ‘신 내림’, 막 내림 곡 ‘아리랑 환상곡과 아리랑 민요’ 연주와 반주로 이어진 100여분은 삶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달콤한 휴식 시간이었다.
‘ 희망 한 단, 찔레꽃, 아버지,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봄날은 간다,’ 장사익님의 다섯 연곡은 우리가 부모의 아들딸로 태어나 살아가는 모습을 한편의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것 같은 환상이 떠올랐고, 가슴을 파고들어 숙연하게 만들어 내며 관현악단의 반주 음악마저 묻어 버리는 마력의 목소리가 선물한 감동 이었다.
우리 전통 춤사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역동적으로 표현한 서울시 무용단의 춤과 꽹과리, 장구, 북, 징, 전통타악연구소 4명의 타악잽이가 보여준 선반 사물놀이와 12발 상모 춤은 일반 관객들에게 연주와 노래로 이어지는 음악회의 단순함에서 올 수 있는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 단비 같은 즐거움 이었다.
‘ 방아타령, 등당애타령, 강강수월래,’ 중요무형문화재 제 51호, 8호, 81호, 등 남도 들노래를 들려준 ‘박동매, 박종숙, 김복자, 소리꾼과 박재준 장구잽이, 참 귀한 시간 이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우리 전통소리 진도 토속민요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었고, 어깨 들썩이며 따라 부르던 자연스런 반응은 우리 것의 근본과 잊혀가는 현실을 깨우쳐 주었다.
장사익님, 노랫가락을 우아하게 살려주며 풍성하게 만들어주던 예쁜 아이들 합창단의 고운 한복 속 귀여운 몸 놀림이, 아직도 눈에 선명한 ‘ 2015 세종문화회관 신년 음악회 ’ 한 겨울 밤 흡족한 성찬을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음악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