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갑니다.
금곡교 다리를 건너자 형제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 전부터 이미 보였을지 모르지만 섬진강을 막 건너 고향땅 초입부터 보아야 더 반갑고 정겹습니다.
아껴놓고 그렇게 슬쩍슬쩍 쳐다보며 가노라니 그 옛날 짝사랑이나 만난듯 설레임이 가득한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옛날 모습같지가 않다. 저렇게 낮아 보이지도, 곁에 가까이 있지도 않았는데 오늘 달리 보이는 까닭이 뭘까? 해맑던 얼굴에 주름이 제법 오른 나잇살하며, 손을 맞잡고 도란도란 낯선 남자와 걷는 그녀를 본듯 고향길은 뭐라 마음의 갈피를 정하지 못하게 합니다.
생각해보니 내 탓이죠. 오늘도 저리 사이 좋아보이는 형제봉이 설마 변했을려구요. 살다보니 즐거웠고, 서러웠고, 힘들었던 날들에 이리저리 쓸려다니다 눈조차 마음까지 먹먹해졌나 봅니다. 항상 거기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갑게 맞아 달라는 부탁을 했던 제가 외려 낯선 얼굴로 돌아온 걸껍니다.
날이 참말로 선선하니까. 고향 할머니 산소 벌초를 갑니다.
나이 50에 겨우 손자 노릇하는 게 우세스럽고, 부끄럽지만 날이 참말로 선선하니까. 그냥 추억이 그리워지네요.
좋아하시던 참외 한개도 못챙겨 들고 쓰디쓴 소주를 올렸던 마음이 걸려 뒤늦게 소리 공양이나 해봅니다.
송순섭 명창 적벽가중 <새타령>
박병천 구음 시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