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대문에 들어서면 마당 가장 자리에 옥수수가 자라 일렬로 늘어선 장병처럼 서 있습니다.
어머닌 손자 손녀를 위해 옥수수를 심어 가꾸셨지만
손자 손녀들은 자라면서 다들 바쁘다고 할머니 집에 가는 걸음이 뜸 해졌습니다.
"옥수수 다 익었다 애들 데리고 왔다 가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할머니 드릴 화과자를 안겨주고 약속이 있다고 나가는 아이들을 대신해 어머니댁에 가면 어머닌 솥단지에 옥수수를 쪄 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전엔 그리도 맛있던 옥수수인데 왜 그 맛이 안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땐 먹을 것이 귀했고 형제들이 여럿이라 식탐을 해서 그런지 옥수수 한 솥을 쪄 놓아도 금방 사라지곤 했는데 지금은 쟁반에 내 놓은 몇 개의 옥수수도 식어가고 있습니다.
할머니표 옥수수를 집에 가져 와도
아이들은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남편과 제가 먹습니다.
강원도 찰옥수수씨앗을 구해 심어도 그 맛이 안나고
충청도 대학 찰옥수수 씨앗을 구해 심어도 그 맛이 안나는 것을 보면
토양과 기후가 옥수수 맛을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정성이 담긴 옥수수이기에 맛있게 먹고
그 감사함을
그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어머니 사랑이 담긴 옥수수가 익어가니
다음 주엔 아이들과 함께 다녀와야 겠습니다.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어요?
신청곡: 경기민요 뱃노래/권재은님
따뜻한 사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햇살과 함께 동행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