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집 김장하는 날입니다.
무서운 중전마마(?)는거실에 신문지 몇장을 펴 놓고 마늘과 파를 펼쳐놓고 불호령을 내립니다.
'겨우내내 맛있는 김치 먹을려면 도망가지 말고...알았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하고 추리닝 바지를 입고 앉아 마늘까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안방에서 지직거리는 라디오를 꺼내 코 앞에 켜 줍니다.
국악방송 들으면서 마늘까고 파 다듬으라는 '친절매너모드'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십니다
'내가 평소에 말은 안했지만 그거...김소희 선생 음반'하나 들어 봐? 그거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차분하고 좋은데...'
아내는 평소에 국악음반을 자주 듣는 저를 보고는 '도대체 국악에 뭐가 있길래 저리도 좋아하나?'하고 제가 없는 시간에 김소희 선생 음반을 들었더랍니다.
듣는 순간 '오메, 이거는 그냥 음악이 아닌가벼? '하며... 들으면 들을 수록 좋더랍니다
국악방송을 들으며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숨은 귀명창 아내를 위해 김소희 선생님 '남도 뱃노래'올려 주세요.
허기야, 허기야, 허기야, 허기야 하면서...배춧속을 버무려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