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2일(토) 오후 3시 30분 진도군 무형문화재전수관 야외무대, (사)국가무형문화재 진도다시래기보존회의 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발표회는 형제들과 고향 방문길에 즐긴 행운이다. 무형문화재는 국가의 지원으로 1년에 1회 이상 공개할 의무가 있다.
발인 전날 밤 상가 마당에서 슬픔에 빠져드는 상주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망자의 황천길 안녕을 빌어주기 위한 신청(神廳) 재비(굿쟁이)들의 해학적 풍자 상여놀이판 ‘다시래기’는 다시 낳기, 다시 생산하기, 다시 마음먹기, 다 함께 즐기기 등 여러 가지로 풀이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시 태어나기’로 이야기한다.
다시래기는 춤, 음악, 극(劇)이 어우러진 남자들의 놀이로 거사의 아내 사당도 남자다. ①상여놀이 ②가상제놀이 ③거사놀이 ④사당놀이 ⑤중놀이 ⑥가래소리 ⑦거사 사당놀이를 차례대로 판을 벌인다. 상제놀이, 거사놀이, 사당놀이, 중놀이는 다시래기 놀이판의 등장인물 자기소개이다.
쇠, 장구, 징, 북, 사물소리를 앞세우고 세 여성 선소리꾼의 “이제 가면 언제 와요, 오시는 날짜나 일러주오,” 메김 소리 따라, 에~에~ 에~에헤 헤야~ 상여꾼들의 후렴이 울려 퍼지며 상제(喪制)들이 꽃상여 뒤를 따른다. 다시래기가 초상집 놀이이므로 진도 ‘상여놀이’가 상징적으로 펼쳐지는가보다.
상여놀이가 끝나면 다시래기를 진행하며 재담과 노래로 흥을 돋우고 나래이션까지 소화하는 관객과 다시래기 사이의 가교(架橋), ‘가상제(假喪制)’가 자신의 재주를 선보였다. 다시래기 남자 주인공으로 복을 빌어주는 비손맹인 ‘거사’는 공술 얻어먹고 취한 우스꽝스런 모습과 익살스런 단어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바라보면 저절로 웃음 터지는 분장을 한 배불뚝이 임신 모 ‘사당’이 남편인 거사를 곁에 두고 땡중과 샛서방질하며 거사를 속이고, 땡중은 중 신분과는 거리가 먼 천하 난봉꾼으로 사당과 불륜을 저지르는 자신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다시래기 열기를 뜨겁게 지피며 다섯째 판이 지나갔다.
망자를 묘에 묻으며 삽같이 생긴 모양의 가래로 흙을 퍼내고 담고 발로 밟아 다지며 하는 달구질소리인 ‘가래소리’는 “어이기야해~ 가래로구나~ 어이기청청 가래요” 노동민요 가락 위에서 하얀 무명 상복차림 여인들이 북채를 양손에 들고 두들기는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역동미 넘치는 진도북춤 사위는 신명 속 한 폭의 동양화였다.
다시래기 끝 놀이이며 하이라이트놀이 ‘거사 사당놀이’, 만삭인 사당과 땡중의 불륜이 들통나기 직전 사당은 산통을 느끼며 순산을 비는 거사의 경문 속에 아기가 태어난다. 자칫 갈등과 파국으로 끝날 상황이 새 생명의 탄생으로 화해와 한바탕 큰 웃음으로 맺었다.
이렇게 웃고 떠들고 따라 노래하고 박수 치다보니 어느덧 다시래기는 끝이 났다. 죽음 앞에서 탄생을 보여주며 산자의 삶을 위로하고 새로운 생(生)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시래기가 있어 추억 속 진도 초상집 출상 전날 밤은 슬픔은 찾아보기 어려운 축제의 장 같았나보다.
이제는 진도 상가 집에서 놀던 다시래기는 사라지고 정형화된 무대놀이로 보존되고 있는 다시래기이지만, 진도가 가지고 있는 우리 전통문화를 접하고 즐기면서 이것도 또 다른 새로움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맥이 끈기지 않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슴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