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31일 오전 3시 15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지난해 말 뇌중풍(뇌졸중) 치료를 받은 뒤 폐렴을 앓았다.
황 선생은 국악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깊은 족적을 남긴 선구자였다. 1962년 사상 최초의 현대 가야금 곡 ‘숲’을 발표했고, 1975년 절규와 굉음을 담은 괴이한 대작 ‘미궁’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백남준, 존 케이지와 교류하며 현대예술의 새 활로를 찾아 나섰다.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거문고 연주자)는 “함께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늘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분이었다”며 “어르신의 권위나 무거움 없이 젊은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명쾌한 해답을 줬다. 사유 방식을 가장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