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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예술가 / 연출 : 김성욱 / 작가 : 장지윤
월~금 | 21:00 ~ 23:00

광주교도소의 슈바이처 닥터 2478 관람 후기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509
  • 작성일2017.06.19

광주교도소의 슈바이처, 닥터 2478”은 창작판소리 예술 공동체 <바닥소리>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2017616일부터 72일 까지 매주 금,,, 3주간에 걸쳐 펼치는 1인 창작 판소리 극 페스티벌 창창하다의 첫 작품이다.

 

박정희 정권, 1974년 울릉도간첩단사건의 핵심 간첩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다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17년 수형생활을 마치고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 선고받은 전 전북대 수의학과 이성희 교수의 이야기를 판소리 극으로 올린 초연 무대이다.

 

일제 강점기에 이리 농림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장교를 거쳐 해방 후 동경대 유학파로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간첩으로 조작되어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며 동물의사에서 재소자와 간수를 돌보는 슈바이처로 17년을 채운 이성희 교수의 삶은, 타인에 의해 잘못된 삶의 고통이었고, 조작된 사회의 무서움을 알리는 고발장 이었으며, 방관자 입장으로 바라본 우리들의 이기적인 부끄러움을 알려주었다.

 

전통 판소리는 오직 창자와 고수의 무대로 창극은 판소리로 하는 연극이지만 광주교도소의 슈바이처, 닥터 2478” 1인 창극은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배경 음악 속에 소리꾼 1인과 극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는 또 한 명 소리꾼의 나래이트(narrate), 그리고 고수 1명이 등장하고 간간히 영상이 더해져 관객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이렇듯 전통적인 창극이라기보다는 연극에 판소리를 입혔다가 더 적절한 표현의 무대 이었다.

 

이성희 교수의 일제시대인 극의 도입부는 1910년대 초부터 1940년대 말까지 유행하던 연극 형태 신파극으로, 성장시대인 60년대는 창가 형태로,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주교도소 생활은 판소리로, 관객의 흥과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짜임과 연출이 돋보였다.

 

전문 연극배우를 넘어서는 젊은 여성소리꾼의 연기력, 창극을 힘 있게 이끌어낸 젊은 고수의 장단 솜씨, 관객의 마음속을 파고들며 극을 이해시킨 또 한명의 젊은 여성소리꾼의 나래이트, 수준 높은 공명의 음악, 마냥 좋았다, 신선했다, 행복했다. 판소리가 어떻게 현대인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例示)이었고, 판소리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현장이었다.

 

공연시간 약 1시간은 관객 입장을 충실하게 담아낸 적당한 시간이었고,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무대 위에 특별 설치한 약 200여석의 관람석을 가득채운 관객에게 마당에서 펼쳐지며 소리꾼과 관객이 하나 되어 즐기던 우리 전통 마당문화의 맛을 체험하고 인식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여 더 좋은 무대 이었다.

 

<바닥소리>가 추구하는 미래에 커다란 박수로 힘을 실어주며, 판소리꾼이 현대의 여러 가지 창법까지 소화해 내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2% 부족함과 좀 더 많은 소리, 길게 이어지는 소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아쉬움은 나만의 욕심일까? 생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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