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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예술가 / 연출 : 김성욱 / 작가 : 장지윤
월~금 | 21:00 ~ 23:00

한국문화의집(KOUS) 예인열전 ‘송순단’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419
  • 작성일2018.05.30

  송순단은 1959년 진도군 지산면 고길리에서 세습무당 어머니 여금순의 딸로 태어나 신기가 있어 31살에 신 내림굿을 받고 () 이완순 무당에게 진도씻김굿을 배웠다. 진도에서 실제 굿을 하는 유일한 당골이며 사라져가는 진도씻김굿의 원형을 지켜내려는 문화재 전승자로 맥을 이어가는 귀한임이다.

 

송순단이 한국문화의집(KOUS) 예인열전에서 축약하여 약 2시간 동안 보여준 진도 씻김굿은 그동안 무대에서 보아오던 공연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빨려들어 가는 진짜 굿이었다. 무당 송순단이 망자와 망자의 후손을 접하게 하여 씻김을 한 실제 굿판 씻김굿이었다.

 

원한을 씻어주는 씻김굿은 살아서 풀지 못한 망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왕생극락(往生極樂)을 빌어, 죽은 이의 넋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굿이다. 씻김굿, 귀향풀이, 오구굿, 진오귀굿, 새남굿, 다리굿,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명칭의 씻김굿이 생활문화의 변천영향으로 점점 더 사람들의 생활 속을 떠나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무대예술로 정제(定制)되고 규격화(規格化)되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 현실에서 참 귀한 시간이었고 뜻있는 안타까움이었다.

 

씻김굿은 지역에 따라 12거리(절차)가 넘는 굿도 있다. 진도 씻김굿은 가장먼저 무녀 혼자 징을 치며 무가(巫歌)를 노래하며 부엌 신을 모시는 조앙과 집안의 최고신 성주(城主) 신 모시기 안당을 시작거리로 초가망석 - 쳐올리기 - 손님굿(마마 굿) - 제석굿까지의 <산사람을 위한 굿>과 고풀이 - 넋 올리기(영돈말이) - 씻김(이슬털기) - 길닦음의 <망자를 위한 굿>으로 나눈 9거리와 굿마당 구경꾼들의 소원 글이 담긴 한지를 태우는 종천으로 되어 있다.

 

송순단 씻김굿은 길게는 몇 날도 하는 씻김굿을 여건과 시간의 제약으로 조앙과 안당, 종천은 생략하고 고풀이, 넋 올리기(영돈말이), 액막음은 망자를 위한 굿에 포함하여 약식으로 진행하였다. 술부터 과일까지 제대로 차려진 5열 굿상()위에 송순단의 무당어미 고()이완순의 사진이 정좌(定座)하고 송순단은 서울 강남 중심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무당어미를 먼저 씻겠다했다.

 

 

초가망석 부정을 물리고, 집안의 우환을 제거하고, 가족의 재수를 비는 내용의 무가를 부르며 망자와 굿을 위한 신()들을 청배(請拜)하여 굿을 하게 된 내력을 알리는 거리.

 

손님 굿 손님 신을 청해 해를 끼치지 말고 좋게 해주고 가시라는 축원을 하는 거리로 진도 단골들은 먼 조상신이나 친구 신을 말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천연두신을 의미 한다.

 

제석 굿 무녀가 한복 위에 장삼과 목에 염주를 걸치고, 머리에 고깔을 쓰고 가정의 번창과 자손의 수복(壽福) 및 재수를 관장하는 제석신을 청배해 복덕을 축원하는 가정과 자손에 대한 구복적(求福的) 성격이 강조되는 거리.

 

씻김 씻김굿 절차 중 가장 절정에 거리로 영돈을 세워 넋을 담은 밥그릇을 얹고, 그 위에 누룩을 놓고, 마지막으로 솥뚜껑으로 덮어두고 무녀가 영돈의 솥뚜껑을 숟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물로 씻으면서 망자의 천도를 비는 무가를 부르며 망자의 넋을 불순하고 더러운 것으로부터 깨끗하게 씻어 준다. 씻김에서 사용되는 물은 향물, 쑥물, 맑은 물이다. 이 물을 차례로 빗자루에 적셔 위로부터 아래까지 골고루 씻겨 내린다.

 

희설 무녀 혼자 망자 상 앞에 앉아 무가를 부르며 망자가 극락에 갈 때까지의 각종 어려운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가라 축원하는 거리로 무가에는 불교적 저승세계가 자세히 묘사되고, 망자의 60갑자에 따라 통과하는 시왕문이나 불교적 신 이름 등 어려운 문자(文字)가 많아 큰무당이 주로 무가를 부른다.

 

 

길닦음 망자의 넋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거리로 안방에서부터 마당으로 길게 펼쳐 놓은 무명베가 길이 되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 또는 다리를 상징한다. 이 길을 지나 망자가 저승에 들어가게 된다고 여기며, 무명베의 양쪽 끝을 가족들이 붙잡고 서면 무녀는 대로 엮어 지전(紙錢)을 매단 30크기의 망자 넋이 담긴 용선(龍船=넋당석)을 베 위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길을 닦는다.

 

이렇게 축약된 6거리 중 씻김에서 돗자리를 깐 후 그 위에 사람이 입은 모양으로 망자의 옷을 펼쳐두고 돗자리를 둘둘 말아 세 매듭으로 묶어 망자의 육신으로 간주되는 영돈을 만들고, 무가를 부르며 한지를 사람 모양의 형상으로 오려 만든 20cm 정도 크기의 무구(巫具) 넋을 사전신청으로 직접 동참한 관람객 2명의 머리위에 놓고 지전의 꽃술로 들어 올려 동참관람객의 망자 을 올리고(영돈말이) 씻김 하여준 공연이 아닌 현장 굿이었다.

 

송순단의 남도명창에 버금가는 목소리 무가는 혼을 불러 머물게 하는 아름다운 귀성(鬼聲)이이었고 하얀 무복(巫服)에 고깔을 쓰고 추는 간결하면서도 단아한 춤사위는 신에게 희열(喜悅)을 넘치게 하였다. 굿을 이끌며 굿판의 모든 사람을 몰입하게 하여 감복(感服)으로 이어주는 능력이 씻김굿 무녀로 최고이었다.

 

진도씻김굿 보유자 박병원()이 이끌며 전수조교 김오현(장구), 바라지동인들인 강민수(), 김태영(), 조성재(아쟁), 정광윤(대금), 이재혁(피리), 원나경(해금), 김율희(가야금, 소리)가 만들어낸 무악(巫樂)의 아름다움 선율은 시나위의 훌륭함을 깨달게 하였고 우리전통소리의 진가를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2층 구조의 240여석의 관람석을 꽉 채운 관람객이 따라 부르는 무가의 흥얼거림과 박수 소리는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었고 굿에 빨려드는 마음은 그냥 무한한 들뜸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굿판 구경꾼들이 놓아주는 망자 극락 가는 길 노자돈은 쌓이고 또 쌓였다. 공연으로 보는 예술과 종교의식인 굿의 차이가 무엇인지 손에 잡힐 것 같은 특별 체험 이었다

  

실제 현장 굿을 체험하게 하여준 한국문화재재단 한국문화의집과 수고하신 모든 분, 굿을 쉽게 풀어 이해를 도와준 사회자 박정경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에게 고마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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