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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예술가 / 연출 : 김성욱 / 작가 : 장지윤
월~금 | 21:00 ~ 23:00

2018 풍물명인전 후기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345
  • 작성일2018.06.07

풍물은 호남우도농악, 호남좌도농악, 웃다리농악, 영남농악, 강릉농악, 등과 같은 놀이와 마을굿, 당산굿, 판굿, 등의 모인다 뜻인 굿의 성격을 함께 어우르는 말이다. 풍물명인전은 팔도 풍물 판에서 나고 자라 그 가락이 몸에 배고 일상이 되어버린 풍물명인들이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kous) 무대에 모여 각자의 기예(技藝)를 마음껏 펼쳐보는 최고(最高) 최상(最上) 최대(最大)의 풍물 판이다.

 

2017년 여고(女鼓)을 시작으로 올해는 창동준(호남설장구놀이) 임영호(채상소고놀이) 이영모(웃다리 상쇠놀이) 문현주(호남우도 고깔소고놀이) 김행덕(웃다리 설장구놀이) 이동주(삼도소고놀이) 한상옥(진도북놀이) 장주영(호남여성농악 부포놀이) 8명의 젊은 차세대 풍물꾼들이 65() 풍물굿판을 열었고 612() 19()에 각각 7인의 풍물 명인이 풍물 판을 펼친다. 이글은 첫날 풍물 판에서 구경꾼들과 함께 신명나게 놀다온 이야기 이다.

 

8명의 전 출연자가 관람석 뒤편에서 등장하며 두들기는 쇠, , , 장구의 신명나는 사물(四物)울음의 격동으로 가득 채운 문()굿은 처음부터 나를 들뜨게 했고 객석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이어서 이날 진도북놀이 반주를 맡은 노름마치예술감독 김주홍의 투박함이 곁든 풋풋한 사회는 부담 없는 편안함으로 풍물과 하나 되는 느낌으로 관객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었다.

 

열편과 채편을 두들기는 장구소리는 산속 깊은 계곡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았다. 넘실대다 사뿐거리는 현란한 디딤 발은 장구가락의 파도 위를 우아하게 넘나들었다. 고깔 쓴 큰 키에 조화롭게 매달린 장구는 하나의 악기가 아니라 예술을 피어내는 한 송이 꽃이었다. 지금도 눈에 그려지며 나를 빨아드리는 창동준의 호남설장구놀이는 최고 이었다.

 

사물반주 가락에 실려 춤추는 가늘고 긴 하얀 채상이 허공에 그려내는 선의 아름다움은 황홀함이었다. 소고를 들어 어깨춤 추다 채로 땅을 치고 돌리다 뒤집고 뉘었다 세우는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럽게 뿜어내는 춤사위는 정()과 동()을 넘나드는 극치(極致)의 정점 이었다. 소고춤 속으로 사물반주소리 마저 끌어들여 감탄사를 자아내던 임영호의 채상 소고놀이 이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꽹과리 소리에 울려 퍼지던 태평소 소리가 질투 하는 것 같았고, 춤추는 꽹과리 놀이에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거리는 종이부포의 궤적까지도 덩달아 놀았다. 그동안 때로는 시끄럽게 들렸던 꽹과리 소리는 나의 우둔함의 소치이었다. 소리의 끊고 맺음 이어짐과 합함이 녹아내리며 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절정(絶頂)은 왜 꽹과리가 풍물을 이끌어가며 상쇠놀음이라 하는지를 크게 깨우치게 한, ‘이명모의 웃다리 상쇠놀음 이었다.

 

백색 청색 적색 황색의 커다란 불두화 모양 종이꽃이 피어있는 고깔을 머리에 쓰고 사뿐사뿐 내딛는 버선발을 따라 움직이는 춤사위가 참 예뻤다. 여리고 가냘픈 자태의 너울거림이 정말 고왔다. 손끝에서 노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아하고 간결한 소고의 마술은 한 폭의 그림 이었다. 빠르고 힘차며 다양하면서 쉼 없는 이어짐만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문현주의 고창고깔소고춤은 소고춤의 진정한 진미(眞美) 이었다.

 

호남 설장구놀이의 특징인 장구가 함께 노는 춤사위는 부족 하지만 덩 쿵 딱 따닥 두들김 소리가 가슴을 파고들며 온몸에 퍼졌다. 빠르며 단순하고 잡음 없는 깨끗하고 맑은소리가 감탄과 환호를 자아냈다. 역동적인 소리가 폭풍이 되고 우뢰를 몰아치다, 정적의 고요를 연출하는 김행덕의 웃다리 설장구 진수(眞髓)는 직접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커다란 부끄러움이다.

 

두들기는 소고의 울림은 허공을 감아 돌고 채상의 궤적은 하늘을 갈랐다. 어깨는 저절로 들썩거렸고 손뼉은 박자를 만들며 추임새는 흥을 돋아냈다. 몸을 솟구치어 뒤집어 돌던 자반뒤집기가 빙빙도는 연풍대로 이어지고 발 들어 소고를 차는 발치기는 화려 했다. 옆치기 올려차기 숭어뜀 두리걸이 나비상 땅치기 등 각 지역 소고놀이의 거의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한 사람이 보여주는 다양한 소고놀이의 멋으로 가득 찬 이동주의 삼도 소고놀이는 더 없는 기쁨이었다.

 

북을 장구처럼 비스듬하게 어깨에 매고 양손에 북채를 들고 현란하게 두들기는 손놀림 따라 흥은 춤 쳤다. 북을 쎄게 치며 오른쪽 팔과 다리를 올렸다가 내리치며 덩실덩실 추는 춤사위는 삶의 열정이었다. 북채 끝에 길게 매달리어 가락을 타고 넘는 꽃술의 펄럭임은 온갖 무지개의 향연(香煙)이었다. 하얀 무복(舞服)에 상투를 틀고 흰색 띠를 이마에 질끈 묶은 양태옥류 진도 북놀이 한상욱은 한()을 넘어 삶속 순백(純白)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3대의 장구, 북 하나, 징 하나를 이끄는 상쇠의 모란꽃 모양 백로(白鷺)털 부포의 너울거림은 막연한 애간장을 태웠다. 정중동(正中動)의 오묘한 이치가 부포 속에서 피어나며 숙연함과 들뜸의 희비교차(喜悲交叉)가 온몸을 감쌌다. 풍물 판 흥겨움과 즐거움이 객석을 뒤덮어 뜨거움이 폭발하였다. 상모 위에서 돌다 넘고 멈추었다 젖혀지며 쇠 장단을 희롱하는 장주영의 호남여성농악 유순자 부포놀이 황홀함의 긴 여운이 깊은 밤 고요함마저 날려버린다.

 

아직 남아 있는 두 번의 풍물명인전은 사전 예약하였고 이미 전석 매진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좀 더 큰 극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풍물놀이 판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물과 소고 태평소의 진짜소리와 진수가 얼마나 아름답고 화려한지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데, 좋은 굿 공연에 관람에 너무나 인색하고 무관심, 무신경한 우리들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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