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개관한 국악전문공연장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첫 번째 브랜드 공연으로 2017년 11월 초연된 ‘적로(滴露)부제: 이슬의 노래)를 관람하고 남겼던 공연 후기를 다시 올렸다. 기존의 ‘적로’ 출연자 외에 주인공 ‘박종기’로 바투의 상사디아 ‘이상화’님이 새롭게 출연하고, ‘적로’를 처음 대하는 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2017년 ‘적로’는 성공한 공연으로 관객 반응도 좋았다, 나의 후기는 나의 이야기일 뿐 타인을 대변할 수 없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는다, 그냥 한 번 읽어 보고 2018 ‘적로’를 관람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오늘 ‘바투의 상사디아’에 12월 9일(일) 오후 3시 관람권 선물을 신청하여 받은 것은 이상화님의 ‘박종기’를 보고 싶고 진화된 ‘적로’를 만나고 싶어서이다.
어제 월요일 ‘바투의 상사디아’에 ‘적로’ 여성 출연자들이 초대 손님으로 나와 ‘적로’ 소개를 시작하자, 머리로는 무슨 공연인지 알았지만 공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방송에서 들리는 소리로 ‘종로’ ‘정로’ ‘정노’로 알고 오늘 관람신청도 ‘정로’로 하는 촌극을 빚어낸 고백도 함께 한다.
‘적로’는 창덕궁 앞 돈화문 국악당에서 12월 7일(금)부터 12월 30일(일)까지 공연한다.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꼭 한번 관람하시라고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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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로(滴露)
서울돈화문국악당 브랜드공연으로 11월 3일부터 24일까지 공연되는 창작 음악극(劇) 적로(滴露),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근대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금이 독주 악기로 자리 잡는 업적을 이룬 대금산조 창시자(創始者) 박종기, 대금정악 정립자(正立者) 김계선, 두 대금명인의 이야기이다.
물방울 적(滴), 이슬 로(露) 두 자가 합하여 만들어낸 말로 ‘방울지어 떨어진 이슬’이란 뜻이다. 두 대금명인의 입김여운으로 대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두 명인을 지칭하는 상징적 단어로 표현 되었다. 그냥 물방울이 아닌 맑음, 깨끗함, 처음, 시작, 아름다움, 순수함, 등 두 분의 성품과 인생여로(人生旅路)가 함축된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대금산조는 민중의 소리가 담긴 민속음악이고 대금정악은 사대부의 풍류가 담긴 정숙한 음악이기에 두 사람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다른 부류(部類)라 생각 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은 엄청 친하였다.
친한 두 명인의 흔적은 음악 빼고는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작가가 현실과 상상을 혼합하여 하루 밤 이야기로 노랫말을 창작하고, 이 노랫말 따라 작곡가가 곡을 입혀, 두 명의 남성 판소리꾼과 한명의 가곡 여창자를 통해 음악만큼이나 자유로웠고 대금소리 같이 아련했던 두 대금명인의 삶을 음악극으로 보여 주었다. 노랫말은 서정적 아름다움이 배어있었고 음악은 잔잔한 파랑이담긴 물결이 넘실거렸다.
판소리, 육자배기, 정가, 등 전통음악 향이 짙은 노래 소리에, 대금, 아쟁, 클라리넷, 신디사이저, 여러 가지 타악기, 등이 어우러진 현대적 표현기법의 반주 음악이 혼합되어 서양 오선 악보위에서 그려내는 소극장 전용 음악극 이었다. 마당이나 대청마루에서 펼쳐지던 판소리 판을 작은 무대 위에 꾸며 우리의 정서(情緖)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고, 193~40년대의 시대 감을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 묻어났다.
신선함은 있었으나 결정적 감동은 부족 했고, 표현이 단조로워 집중력이 떨어졌다. 꾸며진 이야기가 길게이어져 지루한감도 들었다. 우리 전통소리꾼이 발성법이 다른 장르까지 표현히니 어색함도 느껴졌다, 반주음악소리가 너무 커, 배우의 소리를 덮어버려 노랫말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하나의 음악극으로 보면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으나, 현대 극작가, 현대 음악작곡가, 현대극 연출가가 모두 만든 우리전통문화에 국악발전, 국악미래, 이런 단어를 접목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현대 음악극을 판소리와 정가 전공자가 무대에 올라 표현하는 것이 바른 선택일까?
그냥 막연한 답답함이 밀려든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쉽게 다가가는 국악이 되어야 한다는 이 시대의 요구를 우선하는 현실이 점점 고착화 되다보면 국악의 뿌리 찾기도 어려울 거라는 염려도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