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돈화문국악당 브랜드공연으로 2017년 11월 3일 ~ 11월 24일 처음 무대에 올려 2018년 12월 7일 ~ 12월 30일 재연하는 창작 음악극 적로(滴露),
물방울 적(滴), 이슬 로(露) ‘방울지어 떨어진 이슬’이란 뜻으로 맑음, 깨끗함, 처음, 시작, 아름다움, 순수함, 등이 내포(內包)된 대금 끝에서 입김여운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조선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근대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금명인으로 ‘적로’와 같이 살다간 두 분의 위대한 예술가 박종기(朴鍾基), 김계선(金桂善)의 성품과 인생여로(人生旅路)가 함축된 이야기이다.
‘박종기’는 대금이 독주 악기로 자리 잡는 업적을 이룬 대금산조 창시자로 민속음악의 대가(大家)이고, ‘김계선’은 악기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저음의 평조회상(平調會相)과 고음의 청성곡(淸聲曲)등 어려운 곡목과 소리를 잘 연주한 정악대금의 정립자(正立者)이다.
일반인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우리 전통음악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삶, 예술 혼을 우리들에게 전달하였다. 우리소리의 파동(波動)이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 잠들어 있던 전통음악의 맛과 멋을 깨우는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 냈다.
두 명인은 형님 동생 하는 가까운 사이로 음악을 빼고는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을 혼합하여 하루 밤 이야기로 노랫말을 창작하고, 이 노랫말을 따라 작곡가가 곡을 입힌 현대판 국악 창극이다.
음악만큼이나 자유로웠고 대금소리 같이 아련했던 두 대금명인의 삶을 두 명의 남성 판소리꾼과 한명의 가곡 여창자가 서정적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노랫말로 파도위에서 넘실거리는 조각배처럼 애틋하게 가슴을 저미게 하였다.
판소리, 육자배기, 정가, 등 전통음악 향이 짙은 노래 소리에, 대금, 아쟁, 클라리넷, 신디사이저, 여러 가지 타악기, 등 동서양의 악기가 어우러진 반주 음악과 하나 되어 두 명인이 활동하던 조선말 ~ 1940대의 시대 감을 전달하며 우리의 정서(情緖)를 담아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쉽게 다가가는 국악이 되어야 한다는 이 시대의 요구를 우선하는 하나의 신선한 음악극으로 높은 점수를 주지만, 꾸며진 이야기를 나열식으로 길게 표현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루한감도 들었다. 단조로운 표현에 결정적 감동이 빠져버린 서정시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소리꾼이 연기한 극(劇)과 연기자가 소리한 극(劇), 어떤 형태가 더 좋았을까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