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가 中 이별가>
[아니리]
그때여 춘향이가 오리정으로 나갔다 허되,
그럴 리가 있겄느냐?
내행차 배행 시에 육방관속이
오리정 삼로 네거리에 늘어서 있는디,
염치 있고 체면 있는 춘향이가 퍼버리고 앉어 울 수가 없제.
「창조」 꼼짝 달싹 못 허고 저희 집 담장 안에 이별을 허는디.
[진양조]
와상 우에 자리를 펴고 술상 채려 내어 놓으며,
“아이고, 여보 도련님! 이왕에 가실 테면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권군 갱진 일배주 허니 권할 사람 뉘 있으며,
위로 헐 이 뉘 있으리.
이 술 한잔을 잡수시고 한양을 가시다가 강수청청 푸르거든 원함정을 생각 허고 마상에 노곤허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행장을 수습허여 부디 평안히 행차 허오.”
[중모리]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너와 나와 만날 때는 합환주를 먹었거니와,
오늘날 이별주가 이게 웬일이냐? 이 술 먹지 말고 이별 말자.
이별 근본 니 들어라.
한양낙일수운기는 소통국의 모자 이별
용산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 무고인이라.
이런 이별 많건마는 너와 나와 당한 이별 만날 날이 있을 테니 설워말고 잘 있거라.
도련님이 금낭 속에서 추월 같은 대모석경 춘향 주며 허는 말이 이 애 춘향아 거울 받어라.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은지라 날 본 듯이 내어 보아라 춘향이 그 거울 간수 허고,
저 쪘던 옥지환을 바드드드득 빼어 내어 도련님 전 올리면서 옜소, 도련님! 지환 받으오. 여자의 굳은 절개 지환 빛과
같사오니 이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두고 보소서.
피차 정표 헌 연후에 떨어지지를 못 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