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퇴직하고 귀향하였습니다.
귀향하니 어릴 적 친구들과 뽀시락 장난하면서 지지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줄 모릅니다.
친구가 운영하는 카센타가 참새방앗간입니다.
고향에 내려 오니 공직을 퇴직하고 내려 와 이장(里長)을 하며 고향을 위해 봉사하는 친구도 있고,
10여년 전에 이장을 끝내고 농협 이사에 당선된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한마디 합니다.
'웠따, 자네는 무슨 관운(官運)이 좋아서 공무원 퇴직하고 이장까지 한당가?'
'이장은 아무나 허는거 아녀.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거여'
'이장 하고 10년 지나면 농협 이사를 할 자격이 있네. 10년후에 이사되거든 대출좀 해 주소'
하루는 이장이 투덜투덜...못해먹겠다고 합니다.
'왜? 누가 뭐라고 한겨?'
'아니. 요즘 가뭄이 들어 동네 목욕탕에 단수조치를 했잖니여. 근디 그것은 이장 소관이 아니여.'
대뜸 전화해서
'이장님이여? 나여' 이렇게 말 한다음부터는 반말이란 말이여!!!
'근디 이장, 정치를 좀 똑바로 허란 말이여!!!'
'아니 왜요?'
'이장이 정치를 제대로 못하니께 목욕탕 물이 안나오는거 아녀! 명절 앞두고 오랫만에 목욕 좀 할라고 갔더니 가뭄들어서 물이 부족하다고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되겠냐고!!!'
아무튼 기분이 조금만 나쁜 일이라도 있으면 전부 이장만 찾아서 투덜댄다고...
'에이, 이장 정말 못해 먹겠네'
ㅎㅎㅎㅎㅎ
친구들이 나서서 다둑입니다
'이보시게 이장님, 절대 중도사퇴하지 말고 임기 꼭 채워서 10년후에 농협 이사님 선거에 도전해 보시게'
섣달 그믐날 아침에 목욕탕에 가서 한껍질 벗겨 내고 땀을 흘리고 나오니 세상이 개운합니다.
제가 이장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땡큐 이장님, 이장님이 정치를 잘 하니 목욕탕 물도 잘 나오고...오랜만에 한껍딱 벗겨냉께 영판 시원하고 좋네. 이장님 천세천세천만세!!! 새해 복 많이 받으시요잉!!!'
신청곡 - 농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