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삼청동 감은뎡” 공연 제목부터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이 제목 앞에는 소리꾼 전병훈의 경기경기(京畿驚起) 프로젝트(proiect) 부재가 붙어있다.“서울을 중심으로 가까운 주위 지방인 ‘경기’가 놀라서 일어나는 일정한 목적을 가진 작업”이란 뜻이다. 참 거창한 제목이다.
하지만 맞다! 그저 붙여본 제목이 아니었다. “삼청동 감은뎡”은 당시 조선관리 현홍택의 삼청동 사저에 있는 감은정(感恩亭) 정자이다. 1899년은 유성기가 우리나라에서 일반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 해이고, 4월 20일 감은정에서 유성기에 소리를 취입하여 들려주는 첫 시연회가 있었다. 이 모습을 10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나 “삼청동 감은뎡”이란 제목으로 구로아트벨리 예술극장에서 재현 작업으로 보여 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소리꾼 전병훈이 지금은 거의 잊혀 졌거나 전승이 끊어져 버린 그 시절 유성기에 들어 있던 ‘박춘재, 최홍매, 문영수, 최경명, 한인오, 이정화’의 경서도 소리 “적벽가, 양산도, 개타령, 산염불, 개넋두리, 각색 장사치흉내, 선인유가(船人遊歌선인들의 뱃노래 = 옛 배따라기), 구조(舊調)이팔청춘가”를 찾아내어 복원하여 들려주었다.
8살 때 인 2002년 12잡가 완창 발표회를 가진 경서도소리 신동(神童) 전병훈이 약관(弱冠)의 나이를 겨우 넘기면서 그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큰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 내면서 국악사(國樂史)에 진정한 방점(傍點) 하나를 찍었다. 경서도 소리 사(史)의 한 획을 그은 감동을 선물 하였다. 한없는 칭찬을 더 하면서 부재로 경기경기(京畿驚起)가 아니라 이보다 더한 제목을 붙였다하여도 국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지 행복하다 말하고 싶다.
겸손과 의지 담긴 “오늘은 공연이 아니라 새로운 노랫말들을 외우느라 무지 힘들었고 마치 학술 발표장 같았지만 관객 여러분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어 고맙습니다.” 인사말에 경서도 소리와 국악의 밝은 미래가 보였고, 신동은 타고 나는구나 믿음이 생겼다. 소리꾼 전병훈이 마냥 무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