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 저녁 한국문화재재단 민속극장 풍류에서 펼쳐진 <위대한 유산,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귀가 뚫리고 마음이 열렸다. 종묘제례악이 이렇게 와 닿기는 처음이다. 편하고, 지루하지 않았으며, 악기 하나하나의 특색과 느림이 전해주는 선율의 우아함과 감동이 밀려들었다. 종묘제례악에 실려 독무(獨舞)로 추었던 일무(佾舞)의 아름다움도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공연장을 가득채운 약 200여명 관객들의 기쁨 또한 모두가 나와 같았을 것이다.
그동안 종묘대제와 음반 등을 통해 여러 번 종묘제례악을 접하면서 종묘제례악의 미학(美學)을 느껴보려 했지만, 늘 그저 그렇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며, “왜 종묘제례악을 최고의 음악이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지며 희열로 가득 찼고 뜨거움의 열기는 온몸을 감싸며 행복이 넘쳐났다.
약 150석 객석에서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반원형의 작은 실내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실외에서 빚어지는 음의 분산과 혼잡스러움 없이 살아있는 생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한국문화재재단 ‘진옥섭 이사장’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들려준 쉽고 편한 해설이 있어 누릴 수 있었던 행운 이었다
종묘제례악은 세종이 만들고 세조가 수정한 슬프고 애타는 느낌의 계면조의 <정대업>11곡과 낮은 음조 평조의 <보태평>11곡 22곡에 제사상에 음식 올리는 것을 알리는 ‘진찬’, 제사를 끝내고 제기를 치우는 ‘철변두’, 신을 보내는 ‘송신례’에 쓰이는 <풍안지악>이 있다. 이 공연에서는 임금의 역대조상 문덕(文德)을 찬양하는 곡 ‘영신희문’, 보태평에서 태조의 고조부 목조를 찬양하는 곡 ‘기명’, 임금의 역대조상 문덕을 찬양하는 곡 ‘역성’, 정대업에서 임금의 역대조상의 무공(武功)을 찬양하는 곡 ‘소무’와 ‘영관’, 정성 드린 폐백(幣帛:예물)을 기쁘게 받아 주시기를 원하는 곡‘전폐희문’만 연주 되었다.
이어서 근대 5명창 중 한사람인 ‘이동백’이 일제강점기에 SP음반에 녹음한 남도 잡가 <새타령>에서 찍찍거리는 잡음과 함께 들리는 뻐꾹새, 까투리, 할미새, 꾀꼬리, 종달새, 등 새 울음이 “정말, 인간의 목소리일까?” 감탄과 감동을 을 자아냈다. 다음 차례를 이어야 하는 ‘박애리, 송순섭’ 두 명창 까지도 본인들 스스로 무척 긴장되고 부담된다 말하였다.
‘박애리’의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은 봉사들 눈뜨는 소리 “쩍쩍” 공명(公明)이 관객의 마음마저 눈뜨게 하려는 듯 그 소리가 심금(心琴)을 울렸다. 판소리 적벽가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송순섭’의 적벽가 중 “적벽대전 대목”은 불타는 전선(戰船)위 아비규환 속에 묻혀있는 듯 착각의 블랙홀로 빨아드렸다.
우리 전통음악의 훌륭함과 위대함을 온몸으로 체험한 이 행복이 아주 적은 사람만이 누린 아쉬움이라,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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