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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0-30(화) 흥보가 '흥보 배고픔에 놀보네 찾아가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6
  • 작성일2023.11.20

<아니리>

여보 영감 이제는 그런 허망헌 말 듣지 말고 건너 마을 시숙님한테 건너가서 쌀이 되거나 벼가 되거나 양단간에 얻어다가 이 자식들을 구원헙시다. 흥보 듣고 대답허되 글씨 나도 그런 생각은 있었으나, 건너갔다가 전곡간에 주시면 좋제만은 어려운 그 성정에 만일 보리나 타고오게되면 남의 말 잘하는 이 세상에 형님 실덕 될터이니 그 일을 어찌 할일이요. 여보시오 우리 형편에 청탁을 가리겠소. 보리라도 많이만 주옵시면 밥도 짓고 죽도 쑤고 몽근겨와 싸래기도 버릴게 무엇이요. 없는 사람 먹고살기는 쌀보다 보리가 더 좋지요. 자네가 보리라니 무슨 보리로 알고 하는 말인가. 어이구 나를 멍충이로 아오 그려. 아 보리는 다 좋지요. 쌀보리, 늘보리, 통보리, 양찰보리, 심지어 귀보리(흑보리, 맥주보리)라도 갈아놓으면 죽은 쑤어먹지요. ~ ~! 그런 먹는 보리가 아니라 몽둥이 맞는 것을 보리 탄다고 허느니. 여보 영감 윤기밖에는 없습니다. 빌어보고 아니 주면 돌아오면 그만이요. 천행으로 사정 듣고 다소간 주시오면 한 때 기근은 면할테니 헛일 삼어서 한번 가보시요. 그러면 그래 볼까.

 

<자진모리>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 거동을 볼작시면, 꼭 얻어올줄 알고 큼직한 오장치(오쟁이)를 평양 가는 어둥이 본으로 등에다 짊어지고 서리아침 치운날 팔장 끼고 옆걸음 쳐 놀보 사랑을 건너간다. 대문간 당도허니 그새 형세 더 늘어서 가세가 더 웅장허구나. 수십칸 줄행랑을 일자로 지었는디, 한 가운데 솟을대문 표연(飄然)히 날아갈 듯 대문 안에 중문이오. 중문 안에 벽문이라. 건장한 종놈들이 쇠털벙치 청창옷에다 문마다 수직타가 그중의 마당쇠가 흥보를 보았구나.


<아니리>

아이고 서방님 마당쇠 문안이오. 오냐 마당쇠야 잘 있더냐. 그래 그동안 큰서방님 문안 안녕하시며 성정이 좀 어떠시냐. 아이고 말도 마십시요. 작은 서방님 쫒아낸후로는 약음이 더 바짝 나서 제향도 지금은 대전으로 바친답니다. 아니 이놈아 제향을 어떻게 대전으로 바친단말이냐. 제 말좀 들어보십시요.

 

<자진모리>

제향날이면 접시에다 엽전을 한 주먹씩 가득 가득이 담어놓고 술이라 과실이라 어포 육포 인절미라. 어전 육전 편적 산적 생선이라 오색탕이라 채소라 수정과라 말끔히 찌를 붙여 어동육서 홍동백서 동두서미 내탕외과 좌포우혜 분향재배로 파제날이면 싹 닦어버리고 궤에다가 도로 넣습니다. 들어가시지 마옵시오. 만일 들어갔다가는 부러진 몽둥이 거멀장 허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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