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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있는 책

진행 : 황인찬 / 연출 : 장지윤 / 작가 : 오선화
월~일 | 21:00~22:00

o 미셸 자우너
  • 작성자글과음악
  • 조회수304
  • 작성일2022.05.18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H마트는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H는 한아름의 줄임말로, 대충 번역하자면 “두 팔로 감싸안을 만큼” 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조기 유학 온 아이들은 고국에서 먹던 갖가지 인스턴트 라면을 사러, 한인 가족들은 설날에 해 먹을 떡국 떡을 사러 이곳에 온다. 

큼직한 통에 담긴 깐마늘도 여기서만 살 수 있다. 한국 음식을 해 먹는 데 마늘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아주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말이다. 

(중략) 나는 엄마의 계란 장조림과 동치미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다가, 

엄마와 둘이서 식탁에 앉아 얇은 만두피에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소를 넣고 만두를 빚으며 보낸 

그 모든 시간을 떠올리면서 만두피 한 덩이를 집어든다. 

그러다가 건조식품 코너에서 훌쩍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전화를 걸어, 우리가 사 먹던 김이 어디 거였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 미셸 자우너 <H마트에서 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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