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살인 사건 범인으로 18세 소년이 용의자로 검거되어 두 형사가 범행을 자백 받으려는 경찰서 취조실 이야기 < 얼음 >, 오랜만에 만난 전통 연극이었다. 90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연극을 즐기면서 이런 경험은 많지 않았다.
용의자가 있고 취조 형사가 2명이니까, 3사람이 출연해야 되는데, 용의자는 빈 의자가 대신 했고 출연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베터랑(veteran)형사의 직감에 의해 본인 짜놓은 시나리오에 맞춘, 경험에 의한 범행 자백 유도, 빠른 수사 종결을 위해 은근한 억압과 회유, 유도, 등 밀어붙이기 식의 젊은 형사의 취조, 거의 마무리 되었던 범행 자백이, 진짜 범인이 용의자의 아버지로 밝혀지는 뉴앙스(nuance)를 남기며 끝나는 무대.
참 단순하고, 간단한 내용의 연극이 250석이 넘는 좌석을 꽉 채워버리는 매력을 발산 했을까? 무대 위에서 2명의 출연자는 각각 모노드라마를 펼쳤다.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완전히 다른 상반된 캐릭터를 완전하게 보여준 최고의 연기가 있었다. 한 집단의 현실을 풍자한 사회극 속에 고도의 심리를 담아 관객들을 빨아 드렸다.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수사 극에 유머(humor)와 위트(wit), 즐거움이 함께했다. 막을 내리며 ‘용의자와 진짜 범인은 용의자의 아버지’를 한 선상에 올려 귀가하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추론과 상상력을 쏟아내게 했다. 이것이 연극을 관람하는 재미요, 즐거움이며 행복 일 것이다.
얼음을 기획하고, 작품을 쓰고, 연출한 ‘장진’ 감독의 능력과 힘에 감탄사를 보내며, 작품을 마음껏 살리며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이철민, 김대령’ 두 배우에게 최고라 말하고 싶다. 2월 1일 지난 토요일 저녁에 누렸던 행복이 5일이 지난 오늘 까지 이어지며 후기를 남기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