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이 들려주는 한 악기소리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명인이라 하여도 쉬운 일이 아니다. 소리가 아름답고 감미로워도 듣는 사람이 음을 잘 모르고 선율의 노님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지루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일상에서 늘 쉽게 접할 수 있는 피아노 기타처럼 서양악기가 아닌 거문고, 가야금, 아쟁, 해금, 대금, 소금, 피리, 태평소등 국악기 소리라면 더욱더 힘이 들것이다.
하지만 악기 소리가 자연의 소리를 사람이 만든 악기를 통해 만들어보고자 하는 노력이며, 국악기는 쇠, 돌, 흙. 나무, 대나무, 가죽, 박(바가지), 실, 등 우리 땅에서 나오는 8가지 재료로 만들어 자연의 소리에 친밀하고 친화적이라 듣고 또 듣는다면, 한 여름 무더위에 스치는 바람이 시원 하듯이 나도 모르게 우리 악기 소리에 빠져들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즐겼던, 두 줄 사이를 활대로 비벼 거칠면서도 애잔함과 활기참이 함께 담겨 현대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한 해금과 청아한 소리를 떨어내며 숨소리마저 적막하게 만들어 버리는 대금소리가 아직도 귀전에서 맴돈다.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2016년 9월 27일부터 10월 18일 까지 매주 화요일 8시 각각 4명의 중견 연주자와 10월 25일 화요일 3명의 대가(大家) 명인이 들려주는 가을 밤 풍류 ‘율객(律客)’의 첫날 첫 소리 느낌이다.
이 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권 하고 싶다. 커다란 극장에서는 많은 악기소리가 있어 한 악기 고유 소리에 심취 할 수 없었고, 악기 하나로는 극장 전체를 덮기에는 역 부족 이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고, 오직 한 악기 소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연주자의 열정, 신명, 혼신을 눈으로 확인하며, 환상과 황홀감에 밀려오는 기쁨을 감당하기 벅찬, 초가을 밤 100여분의 행복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10월 4일 : 문경아(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원완철(원완철류 소금산조)/ 이진우(한갑득류 거 문고산조)/ 조미현(태평소 시나위)
10월 11일 : 김보경(성금련류 가야금산조)/ 윤서경(윤윤석류 철아쟁산조)/ 이동훈(지영희류 해 금산조)/ 이성준(풍물산조)
10월 18일 : 배 런(박종선류 아쟁산조)/ 이석주(태평소 시나위)/ 이영섭(이영섭 가락 대금산 조)/ 이재하(거문고 흩은가락)
10월 25일 : 김영재(해금연주)/ 원장현(대금산조)/ 최경만(피리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