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재단 2018 한국문화의집(kous) 소리 시리즈(series) 음(音) 공연 중 11월 18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의 <한승석 예인열전(藝人列傳) 축원(祝願)소리>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 ‘한승석’이 상쇠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문 굿’으로 막을 열어,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을 위한 ‘축원’ / 집의 주인 신에게 기원하는 ‘성주축원’ / 회심곡을 중심으로 불교적 내용을 담아 무병장수(無病長壽), 효심(孝心), 착한마음, 등을 기원하는 ‘염불축원’ / 어머니들이 마음을 담아 손을 비비며 기원하던 노랫말에 남도소리로 표현하는 기원 ‘비손’ / 동해안 별신굿 장단과 소리로 표현한 기원 ‘별신축원’등 처음부터 끝까지 소원을 빌어준다는 뜻이 담긴 <비나리>로만 채운 특별한 공연 이었다.
“비나이다, 비다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이 익숙한 뜻이 담긴 사설(辭說)을 담아 노래 가락으로 풀어낸 것이 축원소리 “비나리”이며, 어찌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상봉길경(相逢吉慶) 불봉만재(不逢萬災) 만재수(滿財數) 발원(發願) - 길하고 경사스런 일만 만나고 온갖 재난은 비껴가며 재수 좋은 일만 가득 하소서”가 전부 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축원소리 <비나리>를 한 사람의 목소리로 한 무대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접하기 어려운 행운의 시간이었다.
또한 판소리 5바탕 완창명창 한승석이 전해주는 <비나리>는 그 소리가 남다르며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 파장을 한동안 멈추지 않는 긴 여운으로 가득 채워버린 아름다운 선물로 커다란 행복을 누린 기쁨이었다.
한승석은 1987년 서울대 법대 1학년 때 사물 동아리 활동을 하다, 2학년 어느 날 ‘이광수’ 비나리를 듣고 감명 받아 비나리를 배웠고 비나리에 미쳤다 할 정도로 수백 번을 연습하였다 하였다. 판소리꾼이 되고나서 무대 위에서 비나리는 7여년만이라 하였지만, 깔끔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이 통 소리로 깨끗하게 들리는 비나리 소리는 반주를 맡은 국악그룹 <바리지> 선율위에서 넘실넘실 춤을 추며 손뼉을 유도했고 “잘한다” 추임새를 넘쳐나게 했다.
배포된 프로그램에는 빠져 있었지만 한승석이 여러 방면의 무속 가락을 바탕으로 작곡한 “무속가락으로 불고 친다.”는 뜻의 ‘무취타(巫吹打)’를 신들린 듯 연주한 꽹과리 강민수, 장구 김태영, 아쟁 조성재, 대금 정광윤, 태평소 이재혁, 가야금 김민영, 아쟁 원나경, <바라지>의 무대 모습이 아직도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각자의 악기소리로 하나가 되어 맺고 풀고, 때로는 구음(口音)을 악기소리와 함께 실어내며, 대신방울을 흔들고, 바라를 부딪치며 돌리고, 징을 두들기기도 하면서 관객을 심연(深淵)으로 빨아드려 흥에 흠뻑 젖게 만들었다.
‘별신축원’에서 바라지 반주 중앙에 자리를 잡아 징을 엎어놓고 두들기며 풀어내는 한승석의 축원 장단을 밟으며, 한손에 부채를 들고 또 다른 손에 수건을 든 채 강신무당이 굿판을 휘졌듯 거침없는 ‘비나리’로 감동을 전해준 젊은 소리꾼 ‘김우정’은 미래의 큰 소리꾼 탄생 모습이 보였다.
늘 느끼는 마음 이지만 ‘한국문화재재단’이 없었다면 우리 전통 악가무(樂歌舞)는 생존할 수 있었을까? 오늘 무대에 오른 <한승석 예인열전(藝人列傳) 축원(祝願)소리>를 위해 수고하신 ‘한국문화재재단’ 모든 임께 고마움을 전한다.
한승석의 축원소리를 더욱 풍요롭고 완성된 무대로 만들기 위해 ‘별신축원’ 반주에 동참한 국악그룹 ‘이상’의 강성현, ‘유소’의 홍성현 연주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비록 무디고 짧은 후기이지만, 훗날 다시 한 번 이 공연을 되새겨 보고 싶어,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이 밤이 무척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