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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09-26(화) 흥보가 '흥보 가난에 고생하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72
  • 작성일2023.11.20


<아니리> 날이 차차 해동허여 뭇놈들이 멍석 벗고 양지발로 나앉으니 아궁이에서 자고 난 듯 불고양이 모양이오, 한테 엉켜 노는 것은 먼지떼 노는 형상인디, 하로난 이놈들이 제각기 입맛대로 음식타령을 내어 저희 어머니를 조르겄다. 한놈이 나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나는 서리 쌀밥에 육개장국 후춧가루 얼큰히 쳐서 더운 김에 한대접만 주시오흥보 마누라 듣더니 아이고 이 자식들아 전에 먹던 입맛은 있다마는 죽도 먹지 못허는디 턱없는 육개장을 어디 있어 달라느냐한 놈이 곁에서 가슴을 치며 ~ 그놈 허는 말을 듣고 침을 자꾸 삼켰더니 육체가 됐나부다. 어머니 육체에는 꿀물이 제일 좋데요. 나는 밀수(꿀물)나 달게 타서 한 대접만 갖다주시오.’ 또 한 놈이 나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나는 술찌게미나 보릿겨나 제발 덕분에 배부를 것좀 주시오한참 이럴 즈음에 흥보 큰 아들놈이 썩 나앉는디 수염에 가지가 돋힌 놈이 고동부사리 성음으로 저희 어머니를 부르것다. 어머니」 「웟다 이놈아 너는 어째 목에 식구가 많으냐」 「어머니 아버지 공론하고 나 장가좀 들여주시우~

*부사리 : 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 찌러기

 

<진양조> 흥보 마누라 기가 맥혀 엇다 이놈아 야 이놈아 말들어라. 우리가 형세가 있고보면 네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한 가장을 못 멕이고 어린 자식을 벗기겠느냐. 못 멕 이고 못 입히는 어미 간장이 다 녹는다. 제발 덕분에 조르지를 말어라.


<아니리> 이렇듯 마누라가 울음을 우니 흥보가 옆에서 가만히 듣더니 목이메어 허는 말이 여보 마누라 우지 마오. 내 읍내좀 갔다오리다.’ ‘읍내는 무엇허러 가실라요.’ ‘환자섬이나 얻어와야 어린 자식들을 구원허지 않겄소.’ ‘아이고 여보 영감 그 모양에 환자 먹고 도망헌다고 안 줄것이니 가지마시오.’ 흥보가 화를 벌컥 내며 가장이 출입을 헐라는디 여편네가 방정맞은 소리를 허는고. 거 무슨 일을 꼭 믿고만 다니는가. 구사일생으로 알고가지. 잔소리 말고 내 도복이나 이리 내와’ ‘도복은 어따 두셨소’ ‘원 참~ 거 집안 살림살이가 어떻게 될라고 여편네가 가장 도복을 어따 둔지를 모르나? 거 장 안에 보오 장 안에’ ‘아이고 우리 집에 무슨 장이 있단 말이오’ ‘거 닭의장(닭장)은 장이 아니란 말이오? 내 갓도 이리 내 오시오’ ‘갓은 어따 두셨소?’ ‘뒤안 굴뚝 속에 나뒀소’ ‘아이고 어째 갓을 굴뚝 속에 뒀단말이오’ ‘그런 것이 아니라 신묘년 국상 후에 어느 친구가 양이 존존하다고 칠해 쓰라고 백립 하나를 줍디다 그려. 내 형세에 칠해 쓸 수 있나? 그스럼에 그스려 쓸 양으로 굴뚝 속에 넣은제 우금 삼년이오.’ 흥보가 읍내를 가려고 갓망 의복을 차리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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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모리> 흥보치레를 볼작시면 편자 떨어진 헌 망건 물렛줄 당줄에다 박조각으로 관자 달어서 두통나게 졸라쓰고 철대 부러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매어 노갓끈 달아쓰고, 다 떨어진 고의적삼 살점이 울긋블긋 목만 남은 질버선에 짚대님이 별조로구나. 헐디헌 베도폭에 열두도막 이은 때 흉당 눌러 고이 매고 한손에다가 곱돌 조대를 들고 또 한손에다 떨어진 부채 들고 죽어도 양반이라고 여덟팔자 걸음으로 어식버식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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