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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09-19(화) 흥보가 '흥보 자식~집 떠나 고생하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4
  • 작성일2023.11.20

<아니리>

흥보가 이리 고생을 허고 가난하게는 살어도 자식은 부자였다. 내외간에 금슬이 좋아 자식들을 풀풀히 났는디 일년에 꼭꼭 한배씩 낳되 의례껏 쌍동이요 간혹 셋씩도 낳는데 내외간에 서로 보고 웃음만 웃어도 그냥 입태를 허여 그렁저렁 보태놓은 자식들이 깜부기 하나 없이 꼭 아들만 스물아홉을 조롯이 났겄다.

이놈들을 제대로 작명을 할수도 없고 그냥 아무케나 불러보는디, 갑실이 을실이 병실이 정실이 무실이 기실이 경실이 신실이 임실이 계실이, 자실이 축실이 인실이 묘실이 진실이 사실이 오실이 미실이 신실이 유실이 술실이 해실이, 아롱이 다롱이 검둥이 노랭이 발발이 살살이 덜랭이 이렇듯 불러노니, 처음에는 천간 지지로 나가 그럴 듯 허더니 나중에 보니 말큼 강아지 항렬이 되었든 겄이었다. 수다헌 자식들을 의복 지어 입힐 수 없어 흥보가 꾀 하나를 생각해가지고 부자집을 다니며 신집을 얻어다가 멍석을 절어가되 목이 들고날만하게 절어가다 궁굴(구멍) 내고 절어가다 궁굴 내고 이십팔수로 궁굴 내어 자식들을 앉혀놓고 환상주인 칼 씌우듯 멍석을 딱 씌워노니 몸둥이는 안 보이고 대굴박만 멍석 우에 흑태(검은 콩) 메주 널어논 듯 되었겄다. 이놈들이 울어도 앉어 울고 잠을 자도 앉어 자고 이러고 앉었다가

 

*천간,지지

 

 

-----------------2134~2237---------------

<자진모리>

그 중 한놈 똥 마려면 저만 빠져 가련만 이놈들이 미련하야 뭇놈이 다 나갈 적, 그중으 키 적은 놈 미처 목을 못 빼노면 발이 땅에 안 달으니 00으로 목 매달려 아이고 나 죽는다. 밥을 며칠썩 굶은 놈들이 뭘 쳐먹고 똥 눈다고 날 못살게 하느냐.’ 죽는다고 소리 치며 개자식놈 소자식놈 똥 누는 놈이 욕을 먹고, 그 중에 짖궂은 놈 옆에 놈을 집어 뜯고 정색허고 앉었으면 누가 헌 줄 몰라 쓰러잡고 욕설을 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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