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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0-10(화) 흥보가 '흥보 매품 팔러 나가려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4
  • 작성일2023.11.20


<중모리>

저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문을 절컥 열더니마는 엽전 닷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어 손에들고 여러분 내 다녀오리다. 예 평안히 다녀오오. 질청문밖 썩 나서서 얼씨구나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자좋을시구. 돈봐라 돈 돈봐라돈돈 도돈돈돈돈봐라 돈 얼씨구나 좋을시구. 오늘 걸음은 잘걸었다. 이돈 닷냥 가지고 가면 열흘은 살겄구나. 저희집으로 들어가며 여보 마누라 어디갔오. 대장부 한번 걸음에 엽전 설흔닷냥이 들어를 온다. 거적문 열소 돈들어갑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흥보 마누라가 나오며 어디 돈 어디 돈 돈 봅시다 어디 돈. 이 돈이 웬돈이오. 일수 월수변(月收邊)을 얻어왔소. 체계변전(遞計邊錢)을 얻어왔오. 아니 그 돈이 아니로세 일수월수를 왜 얻으며 체계변전을 왜 얻겄나. 그러면 이 돈이 웬돈이요.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오다가다가 줏어왔소. 아니 그 돈이 아니로세. 이 돈 근본을 이를진데 대장부 한번 걸음에 공돈같이 생긴 돈이로세 돈돈돈 돈 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돈. 맹상군의 수레바퀴같이 둥글둥글 도는 돈.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돈 봐라.

*일수, 월수, 체계변전(장체계)

*생살지권-유전가사귀, 유전무죄

*맹상군(계명구도), 전문(錢文)

 

<아니리> 자 이 돈 가지고 양식 팔어오오. 양식 팔고 고기 사다가 자식들을 데리고 배부르게 먹었겄다. 그날밤 흥보 마누래가 자식들을 다 잠들여놓고 조용히 묻는 말이 여보 영감 배부르게 먹고나니 좋기는 허요마는 대체 이돈이 어디서 났오. 여보 큰일 부터는 비불발설(秘不發說)해야하오. 그돈이 다른 돈이 아니라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영문 상사범(常事犯국사범)을 당했습니다. 좌수 대신으로 가서 곤장 열개만 맞으면 한개에 석냥씩 열개면 서른냥 아니오. 말 타고 가라고 마삯 닷냥까지 줍디다 그리여. 만일 뒷집 꾀수아비란놈이 알면 발등걸이를 헐테니 쉬-

*비불발설=불가사문어타인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이 말 듣고 펄쩍 뛰어 일어서며 허허 아이고 이것이 웬말인가. 마오 마오 가지마오. 아무리 죽게된들 매품말이 웬말이오. 맞을일이 있고보면 가산방매헐지라도 그일 모면헐터인디 번연히 아는 일을 매 맞으러 간다허니 당신은 어쩐 생각 죽을라고 환장인가. 못가리다 못가리다. 굶으면 그냥 굶고 죽으면 좋이 죽지 가긍한 저 형상에 매품 말이 웬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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