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모리>
저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문을 절컥 열더니마는 엽전 닷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어 손에들고 여러분 내 다녀오리다. 예 평안히 다녀오오. 질청문밖 썩 나서서 얼씨구나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자좋을시구. 돈봐라 돈 돈봐라돈돈 도돈돈돈돈봐라 돈 얼씨구나 좋을시구. 오늘 걸음은 잘걸었다. 이돈 닷냥 가지고 가면 열흘은 살겄구나. 저희집으로 들어가며 여보 마누라 어디갔오. 대장부 한번 걸음에 엽전 설흔닷냥이 들어를 온다. 거적문 열소 돈들어갑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흥보 마누라가 나오며 어디 돈 어디 돈 돈 봅시다 어디 돈. 이 돈이 웬돈이오. 일수 월수변(月收邊)을 얻어왔소. 체계변전(遞計邊錢)을 얻어왔오. 아니 그 돈이 아니로세 일수월수를 왜 얻으며 체계변전을 왜 얻겄나. 그러면 이 돈이 웬돈이요.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오다가다가 줏어왔소. 아니 그 돈이 아니로세. 이 돈 근본을 이를진데 대장부 한번 걸음에 공돈같이 생긴 돈이로세 돈돈돈 돈 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돈. 맹상군의 수레바퀴같이 둥글둥글 도는 돈.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돈 봐라.
*일수, 월수, 체계변전(장체계)
*생살지권-유전가사귀, 유전무죄
*맹상군(계명구도), 전문(錢文)
<아니리> 자 이 돈 가지고 양식 팔어오오. 양식 팔고 고기 사다가 자식들을 데리고 배부르게 먹었겄다. 그날밤 흥보 마누래가 자식들을 다 잠들여놓고 조용히 묻는 말이 여보 영감 배부르게 먹고나니 좋기는 허요마는 대체 이돈이 어디서 났오. 여보 큰일 부터는 비불발설(秘不發說)해야하오. 그돈이 다른 돈이 아니라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영문 상사범(常事犯↔국사범)을 당했습니다. 좌수 대신으로 가서 곤장 열개만 맞으면 한개에 석냥씩 열개면 서른냥 아니오. 말 타고 가라고 마삯 닷냥까지 줍디다 그리여. 만일 뒷집 꾀수아비란놈이 알면 발등걸이를 헐테니 쉬-
*비불발설=불가사문어타인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이 말 듣고 펄쩍 뛰어 일어서며 허허 아이고 이것이 웬말인가. 마오 마오 가지마오. 아무리 죽게된들 매품말이 웬말이오. 맞을일이 있고보면 가산방매헐지라도 그일 모면헐터인디 번연히 아는 일을 매 맞으러 간다허니 당신은 어쩐 생각 죽을라고 환장인가. 못가리다 못가리다. 굶으면 그냥 굶고 죽으면 좋이 죽지 가긍한 저 형상에 매품 말이 웬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