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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0-17(화) 흥보가 '흥보 마누라 한탄~흥보 신세 한탄'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2
  • 작성일2023.11.20

<아니리>

아이고 여보 영감 병영영문 곤장을 한 개만 맞어도 종신 골병이 든답디다. 바짝 마른 이 볼기에 곤장 열 개를 맞고보면 영낙없이 죽을테니 돈 닷냥 도로 주고 제발 덕분에 가지 마오흥보 듣더니 돈은 벌써 축났으니 도로 줄 수도 없으려니와 대관절 볼기 이것 두었다가 어데다 쓸 것이오. 쓸데가 있나없나 좀 들어보오.

<중중몰이>

이 내 몸이 장부 되야 평교자에 앉어볼까. 육조판서를 허였으니 초헌 우에가 앉어봐. 일국대장이 되야서 대장단에 앉어봐. 팔도감사를 못허였으니 선화당으가 앉어보며, 팔도병사 허였으니 관덕당으가 앚어봐, 오영당상 허였으니 좌마우에가 앉어볼까. 각읍수령을 못허였으니 남녀우에가 앉어보며, 이방 호장 못했으니 질청우에나 앉어봐, 쓸데없는 이내 볼기 매품이나 팔어먹지 놀려두어서 무엇허리.

 

 

<아니리> 쓸데없는놈의 볼기 이거 이렇게 궁한 판에 매품이나 팔어먹지 그냥 두어 무엇 헐것이오 걱정 마오 걱정 말어. 이렇게 옥신각신 허는 통에 자식들이 잠이 깨어 총소리 들은 거위 목 빼듯 쭝긋쭝긋 일어나서 저희 아버지 병영 간단 말을 듯더니만 저희 아버지 볼기를 좋은 만물상 전방으로 알고 저희 소용을 각각 청하는디, 흥보 막둥이 아들놈이 나앉으며 아부지 와야 나는 좋은 늘맥이 허리끈 하나 사다주시오. 그래라 또 한놈이 나앉으며 아부지 나는 투전 하나 사다주시오. 이 자식 투전은 뭣하게 투전도 잘하면 돈 번답디다. 에라 이자식같으니. 또 한놈이 나앉더니 동여맨 손가락을 내보이며 아부지 나 손 베였소. 왜 그랬느냐? 조대(담뱃대) 만들다 베었소. 나는 담뱃대꼭지 실직한놈 하나만 사다주시오. 네 이 순 후리자식같으니. 흥보 큰 아들놈이 썩 나오며 아부지 나는 아무것도 말고 아부지 손자가 늦어가니 히~ 각시나 하나 사다주시오. 흥보 기가 맥혀 여보 아무말 마오. 돈 서른냥 벌어다가 열냥은 빚을 갚고 열냥은 처자식 장가들이고 열냥은 양식 팔아먹읍시다. 아이고 자식 장가00시키고 다 그만두고 지발 덕분으 가지마시오. 흥보 큰 아들놈이 제 장개말을 듣더니만은 어머니는 괜히 안말릴 일을 말리고있어. 내가 장가를 가야 손주도 속히 안어보고 또 절손이 안될게 아니오. 이럴적에 어느듯 동방이 히번히 밝아오니 아침밥 지어 먹은 후에 여보 마누라 걱정마오. 내 다녀오리다.

 

 

<중모리>

흥보가 내려간다. 병영 일백 구십리를 허유 허유 내려가며 신세 자탄으로 울고간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천지가 삼기고 사람이 생겨날 제 별로 후박이 없으련만 박홍보는 박복허여 매품이란 말이 웬말인가. 그렁저렁 길을 걸어 병영 영문을 당도허여 치어다보니 대장기요 내려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심산맹호 위엄같이 용자 붙은 군로 사령들 이리가고 저리갈제, 흥보는 근본이 숱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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