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햇살사진관

진행 : 이한철 / 연출 : 고효상,조연출 : 김고은 / 작가 : 권혜진
월~일 | 07:00 ~ 08:55

~~ 천생연분 ~~
  • 작성자진아
  • 조회수618
  • 작성일2021.11.15

🙋🏻‍♂️_🅻🅾💌🆅🅴_🎶

가을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단풍과 낙엽이 적절히 섞어
가을이 깊었음을 말해주고 있읍니다

기온도 이제 전형적인 가을 기온인데다
날씨도 푸르고 맑아 오는 겨울을 막아서서
늦가을의 진한 향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천생연분]

백가 성이 있는데도 작은 키에 입술이 찢어진 언청이라 사람들은 그를 언 서방이라 불렀다.
언 서방은 소금장수다. 노새 등에 소금 두가마를 싣고 산 넘고 물 건너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소금을 팔았다.노새란 놈이 속을 썩이면 오장육부가 뒤집어진다.
여물에 콩이라도 없으면 단식투쟁을 하고 고개를 오를 때면 언 서방이 노새 엉덩이를 힘껏

밀어줘야 한다. 그럴 때면 언 서방 약을 올린다고 ‘붕∼’ 방귀도 뀐다. 소금가마 외에 다른 걸

등에 얹으면 개울을 건널 때 주저앉아 소금을 녹여버린다.

소금 팔아 받은 곡식자루는 언 서방이 지게에 져야 한다. 발정이 날 때면 십리 밖 암내도

용하게 맡아 아무리 고삐를 당기고 회초리로 때려도 소용없다.
기어코 암놈한테 가서 한바탕 일을 치러야 한다. 노새는 가끔씩 도둑장가라도 가는데 언

서방은 스물이 넘었는데 장가도 못 갔다.
소금장수로 쪼끔 떨어지는 엽전으로는 노모와 단둘이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다.
어느 날 해 질 녘에 강나루 주막에 들어갔는데 주모의 악다구니가 밤공기를 찢었다.
주모가 부지깽이로 애꾸 절름발이를 후려치며 쫓아냈다.

손님방에서 나온 개다리소반 술상에서 남은 탁배기를 애꾸가 마셨다고 인정머리 없는 주모가
성질을 부린 것이다.

기둥서방과 싸운 화풀이를 만만한 애꾸한테 했다. 사람들은 애꾸를 일목(一目)이라 부른다.
일목이는 이 주막에서 점을 봐주고 객방에 군불도 지핀다. 또 마당도 쓸며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언 서방이 술상을 받아 안마당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일목이를 평상으로 불러 올려 술 한잔을 따라줬다.

두어장 터울로 강나루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는 언 서방이 한번은 옷깃을 여미며 나룻배에서 내리는데

나루터에 쪼그리고 앉았던 일목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언 서방 소매를 잡고 버드나무 뒤로

끌어당기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젯밤에 황룡꿈을 꾸었소. 꿈발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곰소로 가자고!” 아니어도 이놈의 소금장수를

때려치울까 궁리하던 차에 귀가 솔깃해졌다.
일목이 얘기는 이렇다. “‘올해는 가을장마가 여름장마보다 더 길게, 더 세차게 이어질 것이야

.’ 어젯밤에 황룡을 탄 신선이 그렇게 말하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소.” 일목이가 한평생 모은 돈이라며

묵직한 전대를 내놓았다.
언 서방 어미도 평생 처음 청룡꿈을 꿨다는데 일목이가 황룡꿈을 꾼 시간과 일치했다. 황룡꿈과 청룡꿈이라….

소작을 준 몇뙈기 논밭을 팔고 언 서방 어미가 아들을 장가보내려고 농 속 깊이 꼬불쳐둔 전대를 꺼내 친정에

가서 돈을 빌려왔다.

언 서방은 고삐를 잡고 절름발이 일목이를 노새에 태워 밤낮으로 걸어 전북 부안의 곰소에 다다라 닥치는

대로 소금창고 속 소금 물표를 사들였다. 둘이서 곰소 저잣거리 술집에서 잔뜩 마시고 구름 한점 없는

가을하늘 초승달을 바라보며 주막집 객방에 들어가 곯아떨어졌는데 일목이가 언 서방을 흔들어 깨웠다.

“우르릉 쾅∼” 번개가 칠 때는 창호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일목이는 옷을 입은 채 밖에 나가 두손을
활짝 펴고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았다. “황룡, 청룡님. 고맙습니다∼.” 비는 두장 터울이 되어도 계속 내렸다.

소금 물표를 전대 속에 가득 넣어 언 서방과 일목이, 노새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장 때 팔려고 소금을 매집하는 도매상들이 한달째 내리는 가을장마를 보고 꾸역꾸역 언 서방을 찾아

모여들었다. 부르는 게 소금값이 되었다.
뚝딱뚝딱 스물네칸 기와집이 올라갔다. 한 울타리 중간에 나지막한 담이 가로지르고 가운데는 있으나 마나

한 중문이 달렸다. 동쪽 열두칸은 언 서방 집,

서쪽 열두칸은 일목이 집이다. 언 서방 집에는 멋진 외양간을 달아 지어 노새가 똬리를 틀었다.

어느 날 언 서방이 예쁜 암노새 한마리를 사와 합방시켰다. 화창한 장날,

비단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언 서방과 일목이가 국밥집에서 술 한잔 걸치고 나오다가 길가에 죽치고 있는

사주팔자 관상쟁이 앞에 마주앉아 일목이 사주를 넣었더니 “한날한시에 황룡,

청룡 꿈을 꾼 천생연분 배필이 있네 그랴” 하는 게 아닌가. 일목이도 언 서방도 깜짝 놀랐다.

언 서방 어미는 서른일곱이요, 일목이는 마흔하나다. 손사래를 치던 언 서방 어미가 아들의 끈질긴 설득에

마침내 두손을 들고 남몰래 찬물 한그릇 놓고 일목이와 맞절을 하고 합방했다. 언 서방을 두고 매파들이

들락거렸다. 언 서방이 제 어미 앞에 꿇어앉아 “어머님, 제게 시집오려는 여자들은 모두가 돈을 보고 오는

겁니다.” 어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매파를 불러 귓속말을 했다.
한달 후 넓은 마당에 차양을 치고 왁자지껄 혼례식이 올려졌다. 신랑은 언 서방이요,

신부는 아랫동네 노처녀 곰보였다. 언 서방 동생이 태어나고 뒤이어 언 서방 아들이 태어나더니 노새
새끼도 태어났다. 웃음이 끊어질 날이 없었다.
👩🏻‍🌾  - 덩덩 덩더쿵 -

 

a47c88029220cb73a04b99d990f57f3d1ba70357.jpg

 

     

 

 
이전 다음
목록으로
  • 햇살
    등록일 : 2021.11.18
    감사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