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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예술가 / 연출 : 김성욱 / 작가 : 장지윤
월~금 | 21:00 ~ 23:00

풍물명인전 (風物名人傳) 후기
  • 작성자무상초들녁
  • 조회수1483
  • 작성일2017.11.18

북은 구름, 장구는 비, 징은 바람, 꽹과리는 천둥으로 비유하는 운우풍뇌(雲雨風雷)소리와 인간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버린 춤 놀이가 풍물이다. 풍물의 노름마치 전국 풍물명인 14명이 한 무대에 올라 신명을 만들어내는 풍물명인전이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1114(), 21(), 열린다.

 

그 첫날, 남원농악 상쇠놀음 김정헌/ 김병섭류 설장구 황해경/ 고창농악 고깔소고춤 임성준/ 전남 광양 버꾸놀이 양향진/ 대구 날뫼북춤 윤종곤/ 경기도 광주농악 상쇠놀음 정철기/ 7명의 명인이 보여준 환상의 무도(舞蹈)는 무릉도원(武陵桃源)에 빠진 행복이었다.

 

김정헌 상쇠놀음

쇠가락 따라 춤추는 부들상모(개꼬리상모) 끝의 털 부포, 쇠의 울음 따라 능청거리며 빙글빙글 원을 그린다. 뻣뻣하게 서서 고개 처 드는 뻗은 상모 꽃 부포와 달리, 짧은 대 끝에 매달린 털 부포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디딤 발은 가볍게 사뿐거리고 쇠가락은 넘실넘실 춤을 춘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몸짓 따라 두들기는 꽹과리채가 미려(美麗)한 손가락으로 보이며 눈을 현혹한다. 마냥 쇠를 두들기며 농악 패를 이끄는 모습이 상쇠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눈이 크게 떠지고 입이 벌어지는 감탄과 감동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황해경의 설장구

덩실덩실 따 따 딱 발걸음 따라 소리가 뛰고 소리 따라 걸음이 노닌다. 궁 채가 궁 편을 치고 열채는 열편을 두들기는 것이 아니라 어깨 넘실거림에 궁 채가 놀고 열채가 따라 춤을 춘다. 버선발은 아장아장 걷다 종종거리고, 멈추었다 정적을 깨는 소리의 끊어짐과 이어짐이 귓가에 살포시 다가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깨끗하고 맑은 장구소리가 무대 위에서 한 마리 나비를 춤추게 한다.

 

임성준 고깔 소고춤

돌고 돈다, 화려하지만 부드럽다, 형식도 없고 짜인 질서가 없다. 틀에 박힌 듯 길 따라 가던 소고춤이 아니었다. 허공에 그림 그리고 땅을 짚고 돌고 뛰는 몸짓 하나하나에 눈길은 저절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렸다. 채상 소고춤처럼 넘치는 박진감과 빠름은 없었지만, 정중동이 하나 되어 나비가 날 듯 허공을 휘저으며 그려내는 동선의 아름다움은 소고춤이 왜 소고춤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주었다.

 

양현진 광양버꾸놀이

왼 손목에 끈을 감아 손바닥으로 북을 받쳐 들고 두들기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게 했다. 두둥실, 허공을 떠다니는 북을 감아 도는 북채 선의 아름다움이 수놓는 궤적은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사물반주 속에서 북편을 두들기다 북통을 두들기며 노는 버꾸 북은 단순히 두들겨 우는 통이 아니라 음률과 가락을 타고 넘는 일엽편주(一葉片舟)이었다.

 

신만종 설장고

덩 덩 쿵 딱쿵 덩 따따 덩 따다 장구 소리가 단순히 두들기는 소리가 아니다. 가슴을 파고든다. 앉은 반 장구 소리의 화음이 선반에서 더 아름답게 들린다. 궁채 열채가 단순한 두들김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가 오케스트라 화음을 넘는다. 군더더기 없는 맑고 깨끗한 소리, 이런 소리를 예술이라 한다. 장구 시나위, 장구 산조라 말하고 싶다. 소낙비가 쏟아지다 이슬비가 되고 함박눈이 내리다 다시 소낙비로 변하는 소리, 소리로 커다란 화폭을 가득 채웠다.

 

윤종곤 날뫼 북춤

왼쪽 어깨에 풍물 북을 감아 메고 군무로 보여주는 날뫼북춤은 북은 춤 속의 소품에 불과하고 힘과 무리의 움직임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더하다. 화려함 없이 단순하게 이어지는 춤사위에 실린 절도와 힘은 남성미가 넘쳐났다. 간간히 두들겨 울리는 북소리는 넘치는 힘을 순화시켜 주는 청아한 울음이었다. 북채 잡은 왼손의 매끄러운 춤 솜씨는 왜 전라도는 소리 경상도는 춤이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철기 상쇠놀음

뻗은 상모에 활짝 핀 꽃 부포가 살짝 오므라들며 방긋 미소진다. 앞을 바라보며 고개 숙여 절하고 쇠 울음소리 따라 하얀 부포 꽃이 수줍음을 보인다. 좌로 돌다 고개를 세우고 우로 돌다 허공향하여 활짝 피어난다. 살며시 감싸고 포근히 안아 버린다. 쇠 소리가 부포 춤 속으로 빨려들고, 눈은 상모의 춤사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따라 다니다 벌겋게 충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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