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탈춤 제 5과장 양반, 말뚝이 춤 과장 中
맏양반과 둘째양반, 양반됨됨이에 대한 이야기로 다툼을 벌인다.
둘째양반: 그게 무슨 양반의 근본이람.
맏양반: 자네는 늘 봐도 사람이 왜 총관만 뒤집어쓰고 못되게 굴어. 근본이 그것뿐인줄 아는가. 또 있는데 자네 들어보겠나? 우리 망재이(망나니)라고 하지만, 자네가 말을 잘못하다간 줄탕촉을 잽히니까 망재이라고 하지, 망재이가 아닐세. 우리 집안의 재물대감이란 말이야. 그 재물대감의 근본을 한번 들어보세. (재물대감을 보고) 자, 여보게. 이리와 자네도 양반의 근본을 한번 말해보게.
재물대감: 내 새 양반의 근본을 한번 들어봐라.
(장타령 조로)
어얼씨구나 들어가요. 저절씨구나 들어나두가요.
일자 한 장을 들고 보소. 일월이 성성 외성성 밤중 샛별이 완연하구나.
이자 한 장을 들고 보소. 이팔의 청춘 소년들아 백발보고서 웃지 말게.
석 삼자를 들고보소. 삼만의 관속이 늘어서고 권마성으로 세월이라.
넉 사자를 들고보소. 사신의 행차 바쁜 길에 점심참이 더디구나.
오자 한 장을 들고보소. 오관의 참장 관운장 적토마를 비껴타고 흔들거리고 나려온다.
육자 한 장을 들고보소. 육관의 대사 성진이가 석교상 좁은길에 팔선녀를 희롱하고.
칠자 한 장을 들고보소. 칠년의 대한 왕가뭄에 빗발조차 더디구나.
팔자 한 장을 들고보소. 팔년의 풍진 초패왕이 어느 패왕이 아니드냐.
구자 한 장을 들고보소. 구름의 중중 늙은 중이 백팔 염주를 목에 걸고 흔들거리고 나려온다.장수 한 장을 들고보소. 이 장 저 장 다 버리고 강령장이 좋다기로 불원천리 하고 왔드니 동정해 허는 이가 전혀 없구나.
어얼씨구나 잘한다. 저얼씨구나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