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과장 : 미얄할미와 장구잽이의 대화
할멈: 아이구 허리야!
장구잽이: 아, 거 웬 할멈인가? (이하 ‘잽이’로 칭함)
할멈: 나도 웬 할멈이올세.
잽이: 언덕을 내려나, 지덕을 내려나.
할멈: 언덕도 지덕도 내고저 하지.
잽이: 난지본향을 말헙소.
할멈: 난지본향?
(노래조로) 난지본향 난지본향 전라도 망막골 사더니만
복 타랄제 복 못 타고, 명 타랄제 명 탔드니만
오른손에 부채들고 또 한 손에 지팡이 짚고
(대사조로) 허름한 영감잃고 영감 찾으러 다니는 할멈이올세.
잽이: 영감의 마모색과 소모색을 말헙소.
할멈: 마모색은 말새끼고 소모색은 소새끼지.
잽이: 영감의 인물걸이를 한번 말해보란 말이야.
할멈: 오, 우리 영감 인물걸이? 우리 영감 참 잘 생겨 자빠라졌지.
난간이마 우멍눈 삼동코에 술을 한 반 잔 먹었는지 얼굴이 붉으시레 해가지고
오뉴월 염천에도 개가죽관을 면치 못하는 그런 영감일세.
잽이: 그런 영감 저 등넘어로 갔슴네.
할멈: 아! 어데로? 아니, 어데도 없는데 어떡허면 찾을꼬?
잽이: 그럼 보고지고 타령을 한 마디 해봅소.
할멈: 에이구머니나! 내 인물이 고우니까 날 희롱인가? 보고지고 타령을 하면 꼭 찾갔슴나?
잽이: 꼭 찾지.
할멈: 찾는다면 내 허지.
(노래조로)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영감 보고지고
어둠침침 야삼경 불현 듯이 보고지고
대한칠년 왕가뭄에 빗발같이 보고지고
구년치수 흐린 날에 햇빛같이 보고지고
(대사조로) 아, 암만해도 못 찾갔슴네
잽이 : 그럼 한번 불러봅소.
할멈: (강아지 부르는 시늉을 한다) 오요- 오요- 오요
잽이: 누가 강아지를 부르랬나?
할멈: 난 부르라니까 강아지를 부르라는 줄 알았지. 사람도 부르나?
잽이: 다시 한번 찾아보란 말이야.
할멈: (짧게) 영감.
잽이: 거 너무 짧아서 못 쓰갔슴네.
할멈: 영감 찾는데도 고하가 있슴나?
잽이: 고하가 있지.
할멈: 그럼 어찌 부르란 말이야?
잽이: 영산도드리로 길게 한번 불러봅소
할멈: (길게) 영감-
(노래조로) 거 누가 날 찾나 거기 누구라 날 찾어
날 찾을이가 없건만 거 누구라 날 찾어
수 잘 놓는 장자방이가 수를 놓자구 날 찾나
날 찾을이가 없건만 거 누구라 날 찾어
춤 잘 추는 학두루미가 춤을 추자구 날 찾나
날 찾을이가 없건만 거 누구라 날 찾어
수양산 백이숙제가 채미허자구 날 찾나
날 찾을이가 없건만 거 누구라 날 찾어
영감-